세상 사람들은 부자들을 보면 “운이 좋았다”, “부모 잘 만났다” 등 시샘어린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상당수 부자들은 이런 통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포브스코리아는 부자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부자는 보통의 한국인에 비해 신념이 강하고(78.5%), 적극적일 뿐더러(77.8%), 머리가 좋은 사람들(69.9%)이다. 인맥관리도 잘한다(64.3%).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이들이 쏟은 노력도 인정한다(83.0%).
그렇다고 해서 보통의 한국인이 부자들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89.2%). 이들이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생각(79.4%)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들에 대해 부를 이룬 노력도 인정하고 존경한다는 사람들(10.8%)은 아주 적다.
하지만 부자의 세계로 들어가보면 이들의 삶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치열한 노력과 열정, 돈의 흐름을 읽는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치과의료자재 생산업체 사장의 부인 김정희(가명) 씨는 예전에 평범한 전업주부였지만 지금은 남편보다도 현금자산이 더 많다. 움직이는 현금자산만 10억 원이 훨씬 넘는다. 이제 30대 후반인 김 씨는 말하자면 젊은 부자인 셈이다.
김 씨는 아이들을 중학교에 입학시킨 뒤 미뤄뒀던 취미를 배우려고 가까운 백화점에서 교양강좌를 신청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연히 접한 한 장의 안내문 덕분에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 바로 재테크 강좌 안내였다.
그 동안 가계지출만 해온 그녀에게 재테크 강좌는 ‘투자’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김 씨는 남편에게 수 차례 떼쓴 끝에 얻은 종자돈 1,000만 원으로 주식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처음엔 주위 사람과 신문지면의 추천 주식, 특히 리스크가 큰 코스닥 종목에 ‘올인’했다. 하지만 200만 원의 빚만 지는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그 후로도 한 동안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너무 큰 이익을 노려 무리한 투자를 한 게 원인이었다.
실패의 원인을 깨달은 그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원칙을 세우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도 유혹을 견뎌냈다. 미국에서 9ㆍ11테러가 발생했을 때 그간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때 김 씨는 남편에게 창피스러운 야단을 맞아가면서 5,000만 원을 받아내 몇일새 주가가 폭락한 우량주에 집중 투자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난해 가을. 그녀는 주가가 2,000포인트를 찍자 주저 없이 정리하고 새로운 투자 대상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주식투자 언제 다시 하시죠”라고 묻자 그녀는 “지금이 그때 아닌가요? 조금씩 투자를 늘려가는 시점 말이에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김 씨가 말한 투자 타이밍은 과연 그만의 생각일까. 부자들은 아마 상당수가 김 씨에게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부자들은 평소 씀씀이가 매우 짜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필요한 일 등에는 아낌없이 지출한다. 한마디로 계획적이고 영리한 소비습관이다. 김 씨도 2~3시간에 20만 원이나 드는 은행의 VIP 투자세미나에 자주 참가한다. 부자들은 뭔가를 배우는 일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돈을 번다는 것, 부자가 된다는 것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삼기칠’(運三技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문승렬 국민은행 팀장
주간한국 2008-03-28 15:21
http://weekly.hankooki.com/lpage/business/200803/wk20080328151915370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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