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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건축

불고기·비빔밥, 워싱턴 입맛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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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와 비빔밥이 워싱턴 직장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수도의 새로운 풍물로 떠오르는 곳은 대형 한국음식점이 아니라 중심가 교차로 모퉁이 한편에 자리잡은 1평 남짓한 노점상이다.

9일 낮 1시쯤(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네 블록 떨어진 14번가 코리안 바비큐 포장마차 앞에는 직장인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손님들 얼굴엔 기다리는 지루함보다 새로 맛본, 혹은 맛보게 될 음식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길건너 피자가게로 가려던 두 직장 여성이 "오, 맛있는 냄새" 하며 멈췄다. 그들은 이쑤시개로 고기 몇 점을 먹어본 뒤 "맛도 베리 굿"이라며 불고기 2인분을 주문했다. 이 곳을 처음 찾는 손님들은 대개 불고기 냄새에 이끌린 경우가 많다.

두 블록 떨어진 로펌에서 일한다는 앨리슨 프리맨씨는 불고기 매운맛과 보통맛을 반씩 사들고는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달콤한 냄새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미국인 대다수는 쇠고기를 즐기지만 채식주의 열풍도 만만찮다. 가게 주인 김영선(52·여)씨는 계란을 빼고 야채만 넣은 비빔밥을 내놔 대성공을 거뒀다.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비빔밥을 사러 왔다는 흑인 손님은 "다 팔렸는데 불고기 드릴까요"라고 하자 "내일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이날 김씨가 준비해 나온 120∼130인분이 1시간도 안돼 동이 났다.

가게에서는 비빔밥과 불고기, 닭고기 요리를 종류별로 5달러∼6달러75센트에 판다. 자신을 '미스터 레귤러(단골)'로 소개한 존 윌리엄스씨는 "일본 스시 도시락광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불고기 팬이 됐다"며 "가격도 6.75달러면 10달러가 넘는 스시에 비해 괜찮다"고 말했다.

음식점은 김씨와 아들 김두호(24)씨가 2개월 전 워싱턴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시작했다. 노점 음식점 허가를 받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시 당국은 10여년 전 노점상이 1000개 넘게 난무하자 200여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불어나고 핫도그류 음식에 식상한 워싱터니언의 불만이 커지자 교통·보건·소비자 3개 당국이 140여곳에 정식 허가를 내줬다.

허가 기준은 만드는 식품에서 핫도그를 배제하되 위생기준에 맞아야 하며 세금은 연간 1500달러로 균등하게 한다는 등이었다. 지원자 300여명 가운데 1차로 60여명이 당첨됐고 김씨를 포함한 21명이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포장마차 구입 비용 1만여달러는 시 당국이 금융회사를 통해 싼 이자로 빌려줬다. 어머니 김씨는 "공무원들이 예고 없이 찾아와 식품안전검사를 하는가 하면 매달 위생국에 포장마차를 운반해 20여가지 위생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맞은편 대형 피자가게 등에서 상권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표시하지 않느냐고 묻자 아들 김씨는 "한국 같으면 싸움이 났을 텐데 그렇지 않다"며 "그쪽 종업원들이 자기네 화장실을 빌려주기도 하고 우리 불고기와 피자도 나눠 먹는 등 사이좋게 지낸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이동훈 특파원
국민일보 | 2007-10-10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