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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건축

서울시내 주요 냉면집




무턱대고 냉면집을 찾기에는 ‘맛난 냉면’이 간절하다. 어딜 갈까 고민하기 전에 냉면에 대해 ‘살짝’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평양냉면 하면 물 냉면을, 함흥냉면은 비빔 냉면을 떠올린다.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을 뽑기 때문에 고소하고, 면발이 가늘며 약하다. 매운맛과 어울리면 고소한 맛이 제대로 살지 않아 물 냉면이 더 적당하다. 반대로 함흥냉면은 고구마, 감자 같은 전분 원료가 많이 생산되는 함흥 지역에서 시작돼 물 냉면보다는 비빔 냉면이 잘 어울린다. 전분이 많이 들어가 쫄깃쫄깃하고 다진 양념을 써 자극적인 것도 함흥냉면의 특징이다. 서울에서 특유의 맛을 선보이며 성황 중인 물 냉면집 5곳을 소개한다.









■ 장충동 평양면옥

직접 메밀 갈아 뽑아낸 면발 희고도 고소… 돌아서면 생각나

평양면옥에서는 요즘도 아침이면 메밀을 갈아 전분을 첨가하고, 다시 고운 채에 걸러 반죽을 만든다. 반죽으로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들어 손님을 맞는 평양면옥의 김대성 사장은 “평양냉면은 고소한 메밀 면이 핵심”이라며 “메밀 면을 따로 주문하거나 며칠씩 묵혔다 쓰면 그만큼 찰기가 떨어져 전분을 더 많이 넣어야 하므로 고소한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직접 만든 메밀 면은 여느 냉면집보다 희고 고소하다.

다른 냉면집과 달리 뼈를 우린 장국이 아닌 메밀 면을 삶은 면수를 내놓는데, 메밀을 삶을 때 첨가하는 소다 덕분에 소화에 도움이 된다. 처음 평양면옥을 시작할 때에는 전통 방식 그대로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첨가했으나, 매번 다른 동치미 국물 맛 때문에 육수 맛이 다르다는 미식가들의 의견을 들어 동치미 국물 맛은 포기했다.

평양식 왕만두 소에서 김치를 뺀 것도 같은 이유다. 언제 가든 나이 지긋하고 이북말씨 쓰는 ‘어르신들’과 그 2세대들이 북적인다.

자극적인 서울식 냉면에 익숙한 젊은층엔 ‘첫 맛은 밍밍하다’는 평이 많다. 김 사장은 “전통 평양냉면은 적어도 10번은 먹어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냉면 7000원. 만두 7000원.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찾아가는 길: 동대문 장충동 족발골목 쪽 경동교회 건너편. 3호선 동국대입구 하차. 주차장 있음. (02)2267-7784


■ 대치동 삼봉냉면

쫄깃쫄깃한 면발과 동치미 맛이 개운 젊은 마니아 잦은 발길

마늘 향기가 풍기는 육수 한 사발을 다신 뒤 물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오로지 전분으로 만든 쫄깃쫄깃한 면발에 동치미 맛이 개운한 육수는 젊은 층에게 인기다. 37년 동안 냉면을 만들어온 전강열 사장은 지금도 아침마다 다진 양념과 육수를 직접 만들어 손님을 맞는다. 이 집 매출의 60%를 물 냉면이 차지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물 냉면(6000원), 비빔 냉면(6000원), 회 냉면(6500원)을 맛볼 수 있다. 분당 초림역 인근에 친동생이 운영하는 분점(031-718-5180)도 있다.

찾아가는 길:서울 도곡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좌측에 끼고 좌회전(비보호),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일방통행)하면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주차장 있음. (02)563-5775


■ 상계동 당고개 냉면

서울사람 입맛에 맞춘 육수 달면서도 상큼… 부담없이 찾는 곳

문득 냉면이 생각나면 부담없이 찾을 만한 곳이다. 평양 물 냉면(5000원)과 함흥 비빔 냉면(5000원)을 구분해서 팔고 있다.

사골 맛이 유난히 진한 장국을 내주고, 탁한 맛을 없애기 위해 다진 양념보다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평양식 메밀 면은 공장에서 맞춰와서 그런지 전분이 꽤 들어가 보통 메밀 면보다 쫀득하다. 육수는 서울 사람의 입맛에 맞춰 달면서도 개운하다. 냉면과 함께 나오는 두껍게 썬 무는 신경을 많이 썼는지 여느 냉면집보다 아삭거린다. 물 냉면이 주류이지만 싼값 때문인지 비빔 냉면도 인기가 많다. 주차장은 따로 없고 인근 공영주차장을 1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찾아가는 길: 4호선 상계역에서 당고개역 쪽으로 가다가 광명교회 건너편에 있다. (02)936-6481


■ 마포 평양 을밀대

반세기를 이어온 전통… 쫀득하면서도 잘 끊어지는 면발이 매력

을밀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언론에 보도된 자료들이다.

질긴 면이 대부분인 일본 냉면에 물린 일본 여행객들에게 쫀득하면서도 잘 끊어지는 을밀대의 메밀 면발은 매력이었을 터. 하지만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것은 인근 대학에서 교환교수를 하는 일본 국적 교수들이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란다.

전통 간장 맛이 살짝 나는 장국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 메밀과 전분의 배합이 적절한 평양 물 냉면의 핵심인 면발과 육수는 을밀대를 43년간 이끌어온 김인주 옹이 김포에서 직접 만들어 아들 김영길 사장에게 넘긴다. 얼추 반세기 동안 냉면을 만들어내다 보니 인근 대학 교수들에게 먼저 소문이 났다. 평판에 끌려 온 북한 출신 미식가들은 고향에서 먹던 맛 그대로라고 말한다고.

을밀대 냉면의 백미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는 얼음 섞인 육수다. 약간 아쉬운 것은 쫀득한 면발을 위해 평양 물 냉면의 함량 비율(약 10%)을 웃도는 전분(30%)이 들어갔다는 것인데, 김 사장은 “아버지께서 집안을 이끌어가기 위해 대중적인 면발을 내세웠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물 냉면 6000원. 인근 공영 주차장에 1시간 동안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지만 냉면은 오전 11시 이후에 맛볼 수 있다.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02)717-1922

찾아가는 길: 공덕로터리에서 서강대 방면으로 가다 염리동 동사무소 옆.


■ 보광동 동아냉면

몇 젓가락 뜨면 속이 얼얼… 한번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동아냉면은 쉽게 맛들이기 힘들지만, 값이 저렴하고 소개된 냉면 가운데 가장 맵다.

젊은 미식가들과 인근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자극적이지만 독특한 맛 때문이다. 근 30년 동안 이어온 동아냉면의 전통은 ‘마니아’에 의해 빛난다.

맛을 보면 함흥식 비빔 냉면의 다진 양념이 많이 들어간 듯하지만 이 집을 찾는 이들은 물 냉면을 좋아한다.

손수 만든 고추장을 넣어 맛을 냈기 때문일까. 옆 자리에서 물 냉면을 먹던 한 손님은 “이 집 냉면은 너무 매워 몇 젓가락 뜨고 나면 속이 얼얼하다”면서 “물 냉면을 먹은 뒤 초콜릿을 한입 베어 물면 매운맛을 달랠 수 있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털어놓는다. 소(3000원) 부터 특(5000원)까지 다양해 깜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오전 8시30분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어 소개된 냉면집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냉면을 즐길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정수기능대학 삼거리에서 언덕길을 따라 15m 정도 올라가면 왼쪽에 위치해 있다. (02)796-2796


글 정재영, 사진 허정호 기자

sisleyj@segye.com

◇자정까지 문을 여는 보광동 동아냉면(왼쪽).마포 을밀대의 면과 육수는 지금도 김포에서 만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