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는 사시사철 즐기지만, 아무래도 찬바람이 불며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에 더욱 당기는 음식이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멸치나 사골을 큰 들통에 넣고 하루종일 펄펄 끓여낸 국물로 만든 전문식당의 칼국수 맛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칼국수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서울 시내 유명한 칼국수집 5곳을 찾아 비법을 물어봤다.
# 원칙에 충실한 할머니칼국수
멸치로 낸 국물에 손으로 뽑은 면을 삶아 내는 칼국수의 진수를 맛보려면 꼭 들러봐야 할 곳이 바로 할머니칼국수. 칼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가 보고 그 맛을 인정할 정도로 ‘칼국수의 교과서’를 만들어 낸다. 내용물은 국물과 국수, 고명으로 얹은 파와 김이 전부. 언뜻 지나치게 소박해 보이지만 진한 국물 맛과 부드러운 면발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할머니칼국수 국물 맛의 비결은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 부엌이 홀과 바로 연결돼 국물을 끓이고 국수를 뽑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국물에 멸치와 다시마, 감자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수제비와 국수는 아주머니들이 하루 종일 직접 만들어 내는 만큼 약간 거친 듯하지만, 거친 표면에 진한 국물이 잘 배어드는 장점도 있다. 가격은 10여년 동안 3000원을 고수했지만, 최근 3500원으로 올랐다. 종로3가 6번 출구 인근 골목에 있다. (02)744-9548
◇ 해물이 듬뿍 들어간 ‘찬양집’의 칼국수.
# 재료를 아끼지 않는 찬양집
서울에서 해물 칼국수로 가장 유명한 집이 바로 찬양집이다. 주인이 기독교인이라 이 같은 이름을 지었지만, 이름처럼 칼국수 애호가들의 ‘찬양’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 김옥분씨에게 맛의 비결을 묻자 “비결이랄 것은 따로 없고,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이 전부”라고만 말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날라 온 칼국수를 보니 3000원짜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지락과 홍합, 마른 새우, 미더덕 등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고명으로 올려놓은 파와 김 가루도 양이 만만치 않다.
멸치나 사골 국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속풀이 해장용으로도 좋아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메뉴는 해물 칼국수 한 가지로, 아주머니들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알아서’ 양을 조절해 준다. 말만 잘하면 더 주기도 하는 아주머니들의 인심이 정겹다. 다만 평범한 김치 맛이 다소 아쉽다. 할머니칼국수와 같은 골목에 있다. (02)743-1384
◇신세대가 선호하는 ‘명동교자’의 칼국수. |
# 맛있는 고명이 듬뿍, 명동교자
할머니칼국수나 찬양집의 칼국수가 기성세대가 선호하는 정통 칼국수라면, 신세대들이 열광하는 칼국수는 명동교자의 칼국수다. 원래 상호가 ‘명동칼국수’였다가 유사한 상호가 난무하면서 이름을 바꿨지만 여전히 주 종목은 칼국수다.
사골 국물로 칼국수를 만드는 것은 별반 특이할 게 없지만 부추, 양파, 다진 고기, 완탕(피가 매우 얇은 만두) 등 여러 가지 고명이 들어가는 게 명동교자 칼국수의 특징. 명동교자 신철희 대표는 “다른 칼국수와 차별화되는 맛의 비결은 고명”이라며 “채소와 고기를 볶은 양념의 배합 비율이 우리집만의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또 고명은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국물과 잘 섞은 뒤 먹으면 양파의 달콤한 맛과 부추의 상큼한 맛, 고기의 구수한 맛을 면과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뉴는 칼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만두 4가지뿐이며 모두 6000원이다. 명동 옛 유투존 뒤편. (02)766-5348
◇면발이 얇은 ‘혜화칼국수’의 칼국수. |
# 콩가루로 반죽한 혜화칼국수
두껍고 투박한 칼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혜화칼국수를 최고로 꼽는다. 가늘고 부드러우면서 매끄러운 칼국수를 내놓는다. 칼국수에 다른 건더기는 없고, 진한 사골국물에 애호박 썬 것과 양념이 전부다.
주인 배성한씨는 “국수 반죽에 콩가루를 약간 섞는 것이 매끄러운 면발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잘 익은 김치와 부추무침이 칼국수에 잘 어울린다. 혜화칼국수 맛의 비결은 면발 외에도 된장양념에 있다. 양념은 된장에 고추와 파 등 각종 채소를 썰어 넣어 만든다.
양념을 국물에 잘 섞은 뒤 먹으면 특유의 구수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수육, 바싹불고기, 생선튀김, 빈대떡 등의 메뉴가 있어 이들을 안주로 한 잔 걸친 후 칼국수로 마무리해도 좋다. 칼국수는 6000원, 불고기·수육·생선튀김은 2만원. 혜화로터리에서 SK주유소와 파출소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02)743-8212
◇‘소호정’의 경상도식 칼국수. |
# 살코기로 낸 맑은 국물, 소호정
다른 칼국수집과 달리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다. 부추김치, 깻잎, 배추김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본 찬을 내놓는다. 소호정이 내놓는 ‘국시’(국수의 경상도식 사투리)는 말 그대로 경상도식이다.
양지머리로 우린 국물에 애호박, 다진 고기, 파를 고명으로 올린 소박한 스타일이다. 살코기만으로 끓여낸 국물은 사골국물에 비해 맑고 담백해서 맵고 짠 경상도식 반찬과 잘 어울린다. 수육, 전, 참문어, 메밀묵 등의 요리와 세트메뉴가 있어 회식이나 손님접대 자리로도 괜찮다. ‘칼국수 마니아’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며 청와대 칼국수를 만들어낸 집으로도 유명하다. 국시 가격이 7500원으로 칼국수치고는 비싼 편이다. 양재동 남부순환도로 근처에 있으며, 성남 서울공항 근처에 분점이 있다. (02)579-7282
글·사진 권세진 기자
세계일보 2007-11-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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