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외식업 '가격파괴 행진'은 계속된다

돈까스 1900원, 멕시칸 치킨 2000원, 피자한판 4000원, 소고기삼겹살 3500원

 ◇지난 24일 저녁, 삼겹살 전문점 ‘투삼겹’의 강동구 둔촌점을 찾은 고객들이 소주와 함께 1500원짜리(돼지고기 1인분 기준) 삼겹살을 즐기고 있다. 사진=NH푸드 제공
“돈가스가 1900원이라고 해서 거의 ‘쓰레기’ 수준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괜찮네요.” 수제 돈가스 전문점 ‘와우돈가스1900’ 관계자가 전하는 일부 고객들의 반응이다. 지난 3월 브랜드 론칭하고 제일 많이 들은 말이란다. 그렇다면 11인치(약 28cm) 라지사이즈 피자 한판을, 그것도 밀가루가 아닌 국산 쌀가루를 쓰면서 4900원에 판다는 ‘피사파사’는 어떨까. 피사파사 측은 ‘솔직히 정상(적인 제품)은 아니죠?’란 종류의 반응이 제일 속상하다고 말한다. 국내 외식업계에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다. 저가전략을 내세운 업종들은 1990년대 IMF 한파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가격을 무리하게 끌어내리다가 품질 유지에 실패해 상당수가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자연스레 저가 메뉴에 대한 불신도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전략, 이른바 가격파괴 움직임은 서민경제 불황 속에 블루오션 창업 아이템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먹을거리 부문의 살인적인 물가와 소비자들의 정보력 등을 감안할 때 가격파괴 움직임은 거부할 수 없는 ‘메가트렌드’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최근 등장한 가격파괴형 브랜드의 마진구조는 어떻게 되고 위험성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자.

◆가격파괴는 전 세계적 흐름=24일 업계에 따르면 수제 돈가스 전문점 ‘와우돈가스1900’는 지난 3월 브랜드 론칭 이후 운영 5개월 만에 서울·경기와 부산에 19개 매장을 오픈했다. 가맹점 문의가 활발해 업체 측에서는 연내 100호점 돌파를 낙관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돈가스(안심 기준)는 1900원, 최고가인 단호박 돈가스(신메뉴)가 3500원이다. 기존의 일식 돈가스 전문점에서 받고 있는 4000∼5000원대의 절반 수준이다.

샌드위치 전문점 ‘빵파네’도 최근 멕시코 정통음식 타코(Taco)를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퓨전화한 브랜드 ‘타코코타’를 론칭, 다음달부터 가맹점 유치에 나선다. 기존 멕시칸 요리 전문점에서 5000원대에 팔리는 쿼사디야스(멕시칸 치킨) 등이 2000원선이다. 주류판매 허가를 받기 전이지만 잔당 1000원대의 생맥주도 메뉴에 추가할 방침이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3만원대에 판매되는 바키큐립을 1만원대에 제공하는 ‘비버스’, 라지 사이즈의 피자 한 판이 4900원인 ‘피사파사’, 장어구이 한 접시에 4900원인 ‘통바리활어숯불구이’ 등도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가격파괴형 프랜차이즈들이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저가 소고기 전문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NH푸드가 ‘불황 극복 초저가 비즈니스’를 모토로 론칭한 삼겹살전문점 ‘투삼겹’은 소고기 삼겹살 3500원, 돼지고기 삼겹살은 1500원이란 가격을 각각 제시했다.

양념갈비 전문점 ‘경복궁아침’은 외식하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고, 집에서 조리하려 해도 시간과 노력이 부담스러운 갈비류의 문제점에 착안해 배달이란 틈새시장을 찾았다. 2월 두 곳으로 출발한 가맹점은 이달 말 40개를 돌파할 예정이며,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20배 이상 늘어났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저가전략은 유통구조의 모순이 점점 사라져 가는 세계적인 추세로 보면 된다”면서 “특히 먹을거리 물가가 세계 최고수준인 국내에서 똑똑해진 고객들을 상대로 가격을 높게 받아서는 시장을 장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삽겹’이 출시한 샤브샤브 메뉴.◇일반 돈가스 전문점에서 5000원 선에 맛볼 수 있는 돈가스 세트.◇‘투삼겹’이 출시한 삼겹살 메뉴.◇‘와우돈가스1900’이 출시한 1900원짜리 안심 돈가스.(시계방향)

◆가격파괴 어떻게 가능한가=이들 브랜드가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각 업체의 응답을 유형화하면 ▲직거래로 인한 유통비용 축소 ▲직접 생산·가공으로 마진 확보 ▲매장 고정비용 절감 ▲원재료 대량 구매 ▲박리다매 전략 정도로 분석된다.

와우돈가스1900의 배진규 팀장은 “본사(미당프랜차이즈)가 식품유통 전문업체여서 유통망 구축에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제로(0)”라며 “메뉴 구성을 단순화하고 본사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재료를 공급해 주방 인건비를 절감한 점,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표방해 고정비용을 줄인 점 등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배달서비스 하나만 포기해도 오토바이 구입·유지비, 인건비, 구인광고비, 지역광고비 등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했다. 또 셀프 배식·퇴식이 원칙이어서 매장 내 인건비도 줄였다. 이런 구조 덕분에 매장규모(8∼30평)별로 28∼32%의 마진율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배 팀장은 설명했다.

투삼겹의 경우 삼겹살과 샤브샤브의 복합 콘셉트로 마진을 확보한다. 낮에는 샤브샤브, 저녁엔 삼겹살 전문점으로 변신해 두 점포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아울러 직수입, 직가공, 직유통의 ‘3직 시스템’을 통해 가격 거품을 최소화했다. NH푸드 관계자는 “포장 상태의 육류 공급, 원액 상태의 소스 공급, 메뉴의 단순화, 반셀프화를 정착시켜 마진율 30%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파괴의 비결은 결국 고정비용과 물류비 축소로 귀결되는 셈이다.

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은 “재료비 절감을 통한 박리다매식 가격파괴는 자살행위”라며 “고가격대 메뉴 중에서 원가 외에 드는 고정비용을 줄이되 품질은 떨어뜨리지 않을 구조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FC창업코리아 강 소장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오마이치킨’도 실패로 간주될 만큼 리스크가 큰 것이 저가전략”이라며 “중저가 메뉴를 중심으로 미끼상품, 중가 이상 메뉴를 적절하게 안배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브랜드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일 기자

■경기 불황기 창업전략
- 가격이 저렴하거나 합리적인 상품이 유리하다
- 주택, 오피스 등 복합상권이 유리하다
- 서민적, 대중적 업종을 택한다
- 투자비 회수가 유리한 업종을 택한다
- 생활필수업종을 택한다
- 복합화, 이모작형 업종을 택한다
- 동업, 가족노동력 활용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다
- 24시간영업, 시간파괴나 가격파괴를 시도한다
- 기대 수익을 낮추고 창업한다
자료:한국창업전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