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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니어

‘노인 性범죄’ 이대로는 안 된다

“성범죄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음지에 묻어둔 사회문제 해결책 세울 때”
노인과 성, 급격한 고령화사회의 그늘

■ 노인들은 성에 무관심하다? 잘못된 상식 여전히 팽배
■ 남녀 노인 47% 성적 충동 정상적 해소 못해
■ 강간·성매매 노인비율 해마다 증가… 사회적 부담 가중
■ 60세 이상 노인 에이즈 신규감염 급속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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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노인 성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 만큼 범죄 건수도 크게 늘고, 그 수법도 흉포해지고 있다. 노인 성범죄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대책.

조모(여·24) 씨와 안 모(여·23) 씨는 추석 연휴를 틈타 전남 보성으로 놀러 갔다. 두 사람은 전남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우암선착장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던 선장 오 모(70) 씨에게 배를 태워줄 것을 부탁한다. 젊은 여자들의 부탁을 선뜻 들어준 오씨는 이들과 함께 자신의 어로작업장으로 향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오씨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여성들에게 달려들어 몸을 더듬으며 성추행을 시도했다. 여성들이 거세게 반항하는 과정에서 이들 3명은 모두 바다에 빠졌다. 오랜 어부생활로 수영에 능숙했던 오씨는 곧 배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여성 1명은 조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다른 여성 1명은 배 위로 올라오려고 기를 썼다. 이를 본 오씨는 ‘삿갓대’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삿갓대는 부표 등을 끌어 올릴 때 쓰는 끝이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도구다.

이에 앞서 어부 오씨는 지난 8월31일 광주에서 여행 온 대학생 김 모(19)씨와 추 모(여·19)씨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

지난 9월25일 전남 보성경찰서가 밝힌 이 같은 내용의 연쇄살인사건 전모를 접하고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우선 오씨의 나이가 화제였다. 그는 70세 노인이었다. 그런 그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죄 없는 4명의 젊은 목숨을 잔인한 방법으로 빼앗았다. 두 차례 모두 젊은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살인의 도화선이었다.

▶성범죄 증가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가 근본 배경이다. 노인의 소외감·상실감이 성범죄로 표현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인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 그래서 급선무 중 하나다.


노인 성문제 심각성 일깨운 보성 연쇄살인사건

경찰 설명대로라면 오씨는 ‘키가 165cm도 안 되는 작은 체격에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을 가진 평범한 어부’였다. 그런 그에게 연쇄살인을 저지를 만큼 주체하지 못할 성 욕구가 도사리고 있으리라고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급속하게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성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인들은 성에 관심이 없으며, 성적 흥분에 도달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일종의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일방적인 지레짐작일 뿐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남자들은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성생활이 가능하다’는 세간의 속언도 이 같은 고정관념이 잘못된 상식임을 말한다.

비슷한 격언이 서양에도 있다. “흰 눈이 지붕을 덮었다고 집안의 벽난로가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안수남 씨의 동국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 ‘노인의 성문제에 관한 연구’(2005)는 이를 잘 보여준다. 논문에 따르면 성생활이 중단된 나이는 남자(전체 조사 대상 89명)의 경우 60~65세 42.8%, 66~70세 30.3%, 71세 이상 22.2%였다. 여성(전체 63명)은 60~65세 26.4%, 66~70세 5.4%였다. 남녀 차이는 있지만 노인들도 비교적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같은 논문에서 노인들도 어떤 자극이 있을 때 남녀 대부분 성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계기는 ‘성인잡지를 봤을 때’(17.2%), ‘아름다운 이성을 봤을 때’(15.8%), ‘누드 사진을 봤을 때’(13.4%), ‘젊은 이성 상대를 만날 때’(11.5%), ‘성 관련 이야기를 할 때’(11.3%), ‘성인영화를 볼 때’(9.8%),‘배우자와 함께 있을 때’(2.8%) 순이었다.

성 충동을 느끼면 남자는 배우자나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 어떤 식으로든 이성과의 성행위를 통해 해소하는 비율이 62.5%에 달했다. 여성은 그 비율이 39.7%였는데, 유흥업소를 찾는 경우는 1명도 없었다.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참고 넘긴다는 비율은 남성 32.7%, 여성 54.9%였다.

자위행위를 통해 해소한다는 비율도 남성 4.8%, 여성 5.5%였다. 노인 중 남녀를 통틀어 47%가 성적 욕구를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성적 욕구가 자칫 범죄라는 일탈된 형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서울 혜화경찰서에 구속된 K씨(69)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일대에서 성매매 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2005년 같은 장소에서 만난 L씨(55)와 성관계 후 이를 빌미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했다. 그는 또 L씨가 불법 성매매 여성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수시로 금품까지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에서는 한 60대 남자가 정신지체장애 여성을 성폭행해 출산까지 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 Y씨(66)는 2004년부터 지난 4월까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피해자 K씨(25)를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 결국 K씨는 Y씨의 성폭행으로 출산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K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해 이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출산한 아기는 입양 시설로 보냈지만, Y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뿐만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핏줄이라며 친권을 주장하는 뻔뻔함을 보여 조사하는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법무연수원이 펴낸 <범죄백서>를 보면 전체 강간범죄자 중 61세 이상 노인 가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준다.<표1 참조> 같은 자료에 따르면 또 강력범죄로 분류되는 살인·강도·방화·강간을 저지른 범죄자 중 61세 이상 노인 비율도 2002년 2.1%, 2003년 2.2%, 2004년 2.3%로 소폭 상승하다 2005년에는 3.8%로 크게 증가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 최근까지 12차례에 걸쳐 공개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6,136명 중 338명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12차 명단을 살펴보면 500명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관련 혐의자 중 49명이 60~75세 노인이다. 이들의 범행을 살펴보면 ‘13세 여자 청소년 20회 강간 및 강제추행’ ‘16세 여자 청소년 흉기 이용 3회 강간’ ‘12세 여자 청소년 총 6회 강간’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 성범죄자 중 과거 관련 전과자 상당수”

형사정책연구원 범죄동향연구실의 전영실 실장은 “반복한다는 것은 계획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또 “노인 성범죄자들은 과거 관련 전과가 있는 사람이 상당수에 달한다”며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13년간 성폭행하는 ‘패륜적’ 사건도 있었다. 첫 성폭행은 당시 67세였던 시아버지 K씨가 며느리 L씨(당시 32)에게 물을 한 잔 갖다 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됐다. L씨는 시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물을 들고 갔지만, 시아버지는 버럭 화부터 냈다. 이어 시아버지가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며느리는 처음에는 영문을 알지 못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던 것이다. 이날 이후 L씨에 대한 K씨의 성폭행은 계속됐다. L씨의 남편, 즉 K씨의 아들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어김없이 L씨의 악몽은 재현됐다. L씨는 시아버지의 성폭행 충격으로 임신 3개월째 유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의 특징은 1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집에서 성폭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피해자인 며느리 L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식들과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산 상속 문제로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던 이 사건은 경찰이 가족들의 사건 연루 가능성을 수사하던 중 며느리가 고소를 취하해 수사가 종결됐다.

L씨는 이후 이혼했으며, 시아버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버지 K씨는 80세가 된 지금도 장정 서너 명을 쉽게 제압할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나왔다. ‘지방 유지’인 K씨는 과거에도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사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노인 성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피해자 가운데 어린이와 정신지체장애 혹은 신체장애자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전 실장은 이에 대해 “노인들은 자신의 체력으로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를 골라 범행을 저지르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손녀뻘인 열두 살 중국동포 소녀를 입양해 2년여 동안 140여 차례나 성폭행을 해오다 2005년 뒤늦게 경찰에 검거된 한 70대 노인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10년 전 부인과 이혼한 P씨(71)는 2000년 9월 중순 지인의 소개로 당시 열두 살이던 A양(17)을 소개받아 한국으로 데려왔다. P씨는 2000년 9월 하순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자신의 집에서 A양을 처음 성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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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사회의 그늘

이후 P씨는 2002년 11월까지 모두 140여 차례에 걸쳐 A양을 겁탈한 혐의를 받았다. P씨는 A양이 임신을 두려워하면서 완강히 거부하자 “임신하면 안 한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주며 안심시킨 뒤 성폭행을 계속할 만큼 ‘악질적 행위’를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양보다 6개월 앞선 2000년 3월 입국해 서울 대림동에 따로 거처를 얻어 나이트클럽 주방 일을 도우며 생계를 이어가던 A양의 어머니는 딸이 당하는 수모를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씨 좋은 노인이 자신의 딸을 귀하게 보살피는 줄로만 알았다.

A양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02년 10월부터 딸이 살던 P씨 집으로 들어가 함께 살게 됐고, 이 무렵에야 비로소 P씨의 성폭행은 중단됐다. P씨는 상도동 집에서 누나(73)와 함께 살았지만 P씨의 누나는 동생이 A양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사건은 A양이 신길동의 한 종교센터 수녀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됐다.

이 사건을 전해 들은 한 변호사가 서울서부지검에 P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 중에도 P씨는 “A양 모녀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나를 도리어 음해하려 한다”며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어리고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했다는 점을 들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히고 “피해자는 범행으로 평생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지만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5년 형을 선고했다. P씨는 현재 복역 중이지만 지금까지도 종교단체에 억울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는 노인 성범죄에 대해 전영실 실장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가 근본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하면서 “노인이 되어 느끼는 소외감이 노인범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노인들은 배우자를 포함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사망하고, 평생 일해온 직업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서도 급격하게 상실감을 느낀다고 한다. 전 실장은 “젊은 사람들 위주의 사회구조로 인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노인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 노인범죄를 줄이는 급선무 중 한 가지”라고 덧붙였다.

▶보성살인사건의 범인 오 모 씨. 그는 경찰조사에서 처음에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다 물증이 나올 때마다 진술을 번복해 수사진의 애를 태웠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나라 중 하나다. 2005년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평균수명은 1971년 62.3세에서 2005년 77.9세로 15.6세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81.9세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수명 연장은 곧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격한 고령화사회로의 변화는 같은 속도와 농도의 그늘도 만들어 낸다. 노인들의 성 문제도 그런 그늘 중 하나다.

2002년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개봉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는 두 노인의 격정적 사랑을 그리며 ‘노인의 성’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자 행복추구권의 가장 기본적 영역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노인의 성’을 드러내놓고 말하기 꺼리는 분위기이며, ‘노인 매매춘’ 등 부정적 현상에 한정해 논의함으로써 적절한 대책을 적절한 때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서울 종로 종묘공원에서 만난 신 모(65) 씨는 “젊었을 때보다 둔감해지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성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라며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노인의 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모(72) 씨는 공원에서 알게 된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면 “성적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성적 문제가 있어도 이를 털어놓을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어렵게 성 문제를 꺼내면 그저 ‘늙은이의 주책’쯤으로만 여긴다”며 한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인 대상 성매매도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 도심의 종묘공원. 이른바 ‘바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들이 음료수나 술을 들고 다니면서 노인들의 팔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노인들의 성매매 또한 실정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거의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동국대 행정대학원 안수남 씨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 152명 중 성매매 경험이 있는 경우는 약 20.2%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성매매 경험자가 남성은 32.5%인 반면 여성은 단지 2.8%로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를 하다 검거되는 노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성매매 검거자 연령별 단속 현황’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다 검거된 60세 이상 노인이 2003년 407명에서 2006년 515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1세 이상 노인은 앞서 같은 기간에 69.4%나 증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표2 참조>

이에 따라 에이즈에 감염되는 노인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의 2007년 상반기 에이즈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특히 60세 이상 연령층의 신규 감염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표3 참조>

2000년 10명에 머물렀던 60세 이상 에이즈 감염자는 2001년 21명, 2003년 26명, 2005년 41명, 2006년 56명으로 6년 사이 5배 이상 급증했다. 2006년 1월부터 9월까지 통계자료에서는 60세 이상의 신규감염률이 9.8%였다. 이번에 이루어진 조사에서는 기간도 3개월가량 짧지만 감염률은 12.7%로 더 높게 나타났다.

성매매, 에이즈 신규환자 최근 크게 늘어

▶안마시술소가 즐비한 서울 장안동의 밤거리. 집장촌은 줄어든 반면 남성 휴게텔·안마시술소 등 유사성행위업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물론 이는 2001년 이후 에이즈 감염자가 전 연령층에서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 밝혀진 에이즈 감염자 중 거의 대부분(98.7%)이 ‘성 접촉’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노인들 역시 에이즈 감염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특히 노인들의 신규 에이즈 감염률 급증 원인을 질병관리본부는 노인들의 낮은 성지식과 콘돔 사용 기피에서 찾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성병과 더불어 에이즈 예방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에이즈 검사 활성화를 위한 교육·홍보와 함께 전국 보건소와 에이즈 검진 상담소 등지에서 무료 익명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팀 황지영 씨는 “우리 문화의 특성상 성병이나 에이즈에 감염됐어도 드러내기를 꺼리는 노인이 많다”며 “노인들이 이 같은 성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성병 방지를 위해 정책적 예방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사업본부는 전국에 산재한 9개 지회의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노인 429명을 대상으로 2005년 7월15일부터 약 1개월 동안 ‘노인들의 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성 노인의 72.4%가 노인 성상담·성교육 전문가의 도움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인도 48.6%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상당수의 노인이 성과 관련한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터뷰 |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성범죄는 노인이라도 엄벌해야 한다”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성범죄만큼은 음지 속에 묻어두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덮어둘수록 성범죄는 독버섯처럼 더 널리 퍼지게 마련이다. 특히 노인 성범죄는 그런 측면이 더욱 강하다.

우리나라 성폭력 관련법과 제도는 여성인권단체들이 중심이 된 반(反)성폭력운동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변화 발전했다. 그 동안 이루어진 성범죄 관련 법규로는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고, 가정폭력 관련법(1997), 직장내성희롱 관련법(1999), 청소년보호법(2000), 성매매방지법(2004) 등의 제정이 이어졌다.

지금도 다양한 여성 폭력 관련 제도가 마련돼 생존자 지원과 범죄자 처벌에 많은 변화를 낳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나누며 재활을 돕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에게 노인 성범죄의 실태와 대책에 관해 들었다.

- 상담 사례 중 노인이 가해자인 성범죄가 얼마나 되는가?
“종종 접한다. 노인이 가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다. 가해자들은 “발기도 안 되는데…” “늙어서 무슨 힘이 있다고…”라고 주장한다. 일반 국민도 노인들의 이런 주장에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성기 삽입만이 성폭력이 아니다. 성폭력이란 ‘강간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음란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불쾌한 언어와 치근거림,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등 상대의 의사에 반(反)해 성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을 말한다. 또한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공포,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행동 제약도 간접적 성폭력에 해당한다. 성폭력의 판단 기준은 앞서 말한 행위로 인해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는지 여부다.”

- 노인 성범죄의 특성은 무엇인가?
“노인 성범죄라고 해서 일반 성범죄와 다른 점은 없다. 하지만 상담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노인 성범죄는 사실과 다르다. 성범죄는 절대로 ‘성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 사건이나 서울 서북부 여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김재철(일명 마포 발바리) 사건을 보면 사회적 고립감이 큰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그 감정이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여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 노인 성범죄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노인들의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성범죄에 대한 제도적 대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만들어졌고, 계속 신설되고 있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체 국민의 성의식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성교육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성인 대상 성교육은 크게 부족한 편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센터·노인대학·평생대학 등에서도 성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 노인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노인 성범죄의 경우 고령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노인 성범죄자에게 ‘나이가 많으니 봐주겠다’ ‘또 저질러도 용서해 주겠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다른 범죄는 몰라도 성범죄만큼은 연령에 상관없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또한 일반 성범죄는 절도·강도 등의 다른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인 성범죄는 그 자체가 유일한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고령이기 때문에 처벌을 가볍게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상담소는 1991년 설립돼 지난해 개소 15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상담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인식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피해자가 정숙하지 못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성폭력을 유발했다’고 보는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성폭력 기사를 쓸 때는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했으면 한다. ‘성적 노리개’ ‘욕정’ 같은 단어는 인권을 침해당한 모욕적인 순간을 가볍게 표현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간중앙 탐사1팀 윤석진_월간중앙 차장 / 이재림_월간중앙 인턴기자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2&total_id=2943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