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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건강

당뇨병

합병증 더 무섭다 일단 살부터 빼라

당뇨병은 우리나라의 성인 10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는 질환이다. 매년 건강보험에서 충당하는 진료비의 20%가 이 질환에 사용되지만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혈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문제를 일으키는 이 질환은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증’,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족부궤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각인돼 있다. 대사질환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서울 도봉구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를 만나 ‘당뇨병’의 실체를 짚어본다.

내 몸에 쌓이는 ‘당’

▲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
췌장에서 인슐린이 적절히 분비되지 못하거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면 영양소인 포도당이 분해되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거나,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를 당뇨병이라고 한다.“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과도하게 많은 당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증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인슐린 분비 장애의 원인이 모두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비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유전적인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당뇨병은 크게 1형과 2형, 두 종류로 나뉜다. 소아나 젊은 연령에서 발생하는 ‘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전체 당뇨 환자의 10%가 여기에 해당된다. 나머지 90%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생산되지만 췌장 속 베타세포의 기능 장애로 충분한 양이 분비되지 않거나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는 경우를 이른다.“당뇨병에 걸리면 우선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는 수분 때문에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고, 음식물을 먹어도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음식을 많이 먹게 됩니다. 구역질이나 구토, 피곤하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팔다리가 쑤시거나 저리기도 하죠.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받지 않은 경우 이런 초기 증상만으로 병세를 짐작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당뇨인 ‘400만’ 시대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국내 당뇨병 현황과 사회적 비용’ 연구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20∼79세 성인이 사용한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16조 5000억원. 이 중 당뇨병 환자의 총 진료비는 무려 3조 2000억원으로 19.3%나 차지한다. 또 당뇨병 환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평균 220만원으로, 성인 전체 진료비 평균의 4.6배에 달한다. 같은 조사에서 2005년 기준 국내 당뇨인 수는 270여만명으로, 20세 이상 국민의 7.8%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통계에 노출되지 않은 환자까지 합하면 국내 당뇨 환자가 이미 400만명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병의 경과는 얼마나 혈당의 양을 잘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50%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손발 절단을 무서워하는 환자가 많은데, 실제로 당뇨 환자가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5∼10년 이내에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게 되고, 콩팥 기능이 상실되는 등 더욱 무서운 합병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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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영양소 균형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중이 늘면 당뇨가 악화되고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한국인의 비만 진단기준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 허리둘레는 남성 90㎝, 여성 80㎝ 이상이다.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현미나 채소류,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능하다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적게 먹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고열량 음식의 섭취를 피하라고 권합니다. 따라서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채소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당뇨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적절한 운동과 금연도 필요하다. 운동은 혈당 조절, 인슐린 감수성 개선, 체중 유지, 심폐기능 강화, 스트레스 해소 등의 도움을 준다. 주로 속보나 수영,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등 몸과 팔다리를 활발히 움직이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모든 당뇨 환자에게 운동이 효과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전문의의 조언을 참고해야 한다.


혈당 관리가 관건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혈당 관리만 잘하면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당뇨병학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공복시 혈당치가 126㎎/㎗ 이상, 식후 혈당치는 200㎎/㎗ 이상일 때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공복 혈당치 100∼125㎎/㎗, 식후 혈당치 140∼199㎎/㎗ 구간에 속한다면 이미 당뇨 전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기준치 이하로 혈당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에는 췌장을 자극하지 않고 인체의 메커니즘에 따라 자연적으로 혈당이 조절되도록 돕는 약제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일부 치료제는 혈당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혈당이 낮아지는 ‘저혈당’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새로 개발된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억제제’ 계열 당뇨 치료제는 이같은 부작용 염려를 덜어줬다. 고 교수는 “기존 치료제처럼 췌장의 베타세포를 직접 자극하기보다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물질 ‘인크레틴’의 파괴를 막아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며 “저혈당 위험도 적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약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고경수 교수는 서울대의대를 나와 미국 유타대 약물제어전달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위원 및 간행물위원, 대한내분비학회 간사 등을 맡고 있다.

기사일자 : 2007-09-17    14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