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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니어

박카스 한 병에 매독 한 방?

性에 굶주린 노인들

 속칭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며 종묘공원을 누비는 성매매 여성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루 3천~3천5백 명의 노인이 찾는 ‘노인공화국’ 종묘공원에서 할아버지를 노린 성매매가 횡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피로회복제 한 병을 들고 노인에게 다가가 말동무가 되 주다가 2차까지 가는 매춘행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늘고 그에 따른 문제도 속속 생기면서 경찰이 단속에 나섰지만 이들을 뿌리 뽑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의 거래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단속경찰이 뜬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느샌가 성매매여성들이 사라지기 일쑤다.

따뜻한 봄바람에 유독 할아버지들로 북적거리던 지난 18일 오후의 종묘공원. 이날도 할아버지를 유혹하는 여성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빨간색 반코트를 입고 공원을 배회하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도 이들 중 하나.

이 여성은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할아버지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대화를 시도했다. 이미 막걸리 몇 사발에 기분이 좋아진 할아버지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 여성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중년의 여성도 싫은 기색 없이 할아버지들의 손길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술잔이 오가다 이 여성은 슬슬 한 할아버지를 타깃삼아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돈 5천원에 성매매

이 여성은 배래모를 쓴 노인에게 바짝 달라붙어 귓속말로 무언가를 말했고 두 사람은 일어나 화장실 옆 한 쪽 구석으로 갔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흥정은 시작됐다. 처음엔 만원의 화대를 요구한 여성은 할아버지의 얼굴에 싫은 기색이 내비치자 얼른 5천원으로 몸값을 내렸다. 그렇게 둘은 종묘공원 옆 여관골목으로 사라졌다.

종묘공원에서 바둑을 두던 허모씨는 “여기 있다 보면 저런 아줌마들 한둘이 아니다”며 “싼 맛에 따라가는 노친네들만 불쌍한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공원 앞에서 국수 등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술 취한 할아버지를 이끌고 저기 골목으로 가는 여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공원에서는 이른 시각에도 술을 마시는 노인들이 많았고 일부는 만취해 벤치에, 풀숲에 누워 곯아떨어지기도 했다. 술에 취한 노인을 유혹해 매춘행위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 같지는 않았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노인매춘. 문제는 이렇게 성매매를 하는 대다수의 노인이 성병에 걸린다는 것. 실제로 노인들이 매춘행위를 하는 여관 근처 약국에서는 항생제를 사가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또 인근 비뇨기과에도 하루 평균 5~6명의 노인들이 찾아와 성병진단을 받는다니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종묘공원에서 활동하는 성매매여성들은 집창촌, 안마소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성병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성병에 걸렸을 확률이 매우 높다. 또 “이 나이에 무슨 껍질이냐”며 콘돔사용조차 하지 않아 병을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쪽방은 목욕시설조차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위생상의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

공원에서 만난 김모 할아버지는 “주위에서도 그런 여자들과 성관계를 갖고 병에 걸린 경우가 숱하다”며 “자식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워 병을 키우다 크게 고생한 영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가 작년 8월 조사한 ‘종묘공원 이용노인의 전염병 실태’에 따르면 남성고령자 5백61명 중 15명이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감염률 2.67%로 종묘공원 이용노인 백명 가운데 3명은 매독 감염자인 셈이다.

노인은 성에 무관심하다?NO!

이 같은 사실을 접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노인들이 주책 맞게 성에 집착을 해 화를 부르나’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노인은 성에 무관심하고 성관계가 가능하지 않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과학적으로는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같은 성적행위가 가능하다. 대한내분비학회지의 논문 ‘노인의 성기능’ 따르면 60대의 95%, 70대의 70%가 성적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자식들의 시선 등으로 성관계는 엄두도 못내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종묘공원, 청량리 등 노인들이 밀집한 곳에 가면 어김없이 박카스로 할아버지를 유혹하는 중년의 여성들이 있다. 외로움에 지쳐, 신체의 욕구를 거스르지 못해 성병에 감염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낯선 여인과의 동침을 위해 쪽방으로 들어가는 노인들.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가 수년간 골칫거리가 되자 관할경찰서는 단속반을 두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 이들의 은밀한 거래를 소수의 단속반이 색출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또 적발된 남녀가 ‘원래 알고 있던 사이다’ 라는 식으로 잡아떼면 처벌할 길이 없다. 이와 같이 노인들을 상대로 한 음성적 성매매를 단속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성병에라도 감염되지 않도록 콘돔사용이나 성관계 후 위생적인 뒷처리 등의 기초적 성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색안경을 벗고 ‘노인들의 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네들의 성문화를 인정해주는 사회전반의 인식전환이다.

 기사작성시간 : 2007-04-21 16:3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