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길 잃어버리면 휴대전화의 이 버튼 하나만 누르시면 돼요. 아셨죠.” SKT는 노인 위한 휴대전화 부가 기능으로 ‘긴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노인이 휴대전화의 긴급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전 등록된 4명의 보호자에게 차례로 위치정보 문자메시지와 지도까지 전송해 준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기능이나 관련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
○ ‘아날로그 노인’도 쉽게 쓸 수 있는 디지털을 개발하라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선보인 초간편 휴대전화 ‘지터벅’은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선정한 ‘2006년을 빛낸 10대 제품’에 선정됐다.
이 전화기에는 아예 숫자 버튼이 없다. 녹색 ‘교환원(operator)’ 버튼을 눌러 통화하고 싶은 전화번호를 말하면 그만이다. 가운데 노란색 버튼은 단축키로 가장 자주 이용하는 번호를 저장해 놓는 곳. 맨 아래 빨간 버튼(911)을 누르면 긴급구조대와 즉시 연결된다.
삼성전자 측은 “지터벅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국 소비자 사회의 수요를 읽은 현지 이동통신사의 요청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구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미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12.3%. 같은 해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9.4%이지만 그 증가세는 가파르다. 2025년이면 한국이 19.6%로, 미국(17.7%)을 앞지를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노인을 위한 디지털 기술 개발에 팔짱을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LG전자는 빠른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고령층을 위해 TV 소리를 늦추는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빨리 듣기’ ‘빨리 보기’가 대세인 디지털 세계에서 ‘느림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 LG전자 디자인센터 안정희 책임연구원은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입 모양과 큰 차이 없게 하면서 속도를 늦춰야 하기 때문에 ‘빨리 듣기’ 기능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TV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사용자 맞춤형 메뉴 화면) 기능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화면의 메뉴를 선택만 하면 되는 이 기능이 디지털 제품과 아날로그 소비자의 ‘통역관’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
삼성전자는 연령, 디지털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앞으로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 IT 업계, 잠재적 소비자 ‘고령 인구’를 관리하라
정보기술(IT) 업계는 고령 인구를 겨냥해 본격적인 상품화나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들이 상당한 구매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관리 전략’을 펴고 있다.
KTF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에 휴대전화 사용법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실버사랑 휴대전화 캠페인’을 2005년 1월부터 계속해 왔다.
SKT는 2005년에 초간편 안심폰 2만5000대를 경기 지역 독거노인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LG텔레콤도 ‘위치 찾기 서비스’ ‘버스 도착 서비스’ 같은 노인 고객을 위한 기능을 강화해 왔다.
부형권 기자 [동아일보 2007-01-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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