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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니어

어르신들 건강하세요


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즈음 공원 길을 따라 할머니 다섯 분이 걸어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시는지 할머니들 중에 한 분이 주장이 되어 따라가는 것 같았다.

"할머니! 이른 시간에 어디를 그렇게 가세요?"
"우리? 어디 가긴 재미난 데 가는 거지!"

할머니들이 대답을 하시고는 막 웃으신다. 나는 거기가 어디냐고 또 물었다. 할머니들은 버스를 타고 시내 OO동에 가면 노인네들 건강을 위해서 '선생님이 강의를 해준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재미있는 얘기도 듣고 몸에 좋은 약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곳을 알고 있는 한 분이 여러 할머니를 모시고 가는 것 같았다. 70세 이상 73세 미만의 할머니들은 마치 소풍가는 어린이들처럼 밝은 표정이었고, 손에는 작은 지갑이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몸 아프면 나만 서러워, 자식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지. 건강을 그래서 챙겨야 해!"

할머니들이 찾아가는 그곳, 안 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그런 곳은 대체로 노인들을 상대하면서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구를 파는 곳이었다. 우리 시어머니(현재 90세)께서도 5, 6년 전 동네 친구분들과 마실 삼아 그런 곳을 따라다니신 적이 있다. 어머니는 오실 때마다 10개들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갖고 오시거나 플라스틱 쟁반 같은 것을 들고 오셨다. 그리고 그 다음에 보여주는 게 '약'과 '의료기구'라고 하는 조잡한 물건들이었다.

어머니 친구분들 중에는 약보다 공짜로 주는 물건 받는 재미로 그곳에 자주 간다고 하셨다. 하지만 공짜도 한두 번이지, 매번 공짜물건을 받고 한 번도 사지 않으면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눈치를 받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한때는 공정한 경로를 통하지 않는 이러한 약과 의료기구들의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해서 어머니는 그 이후로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런 곳을 찾아가는 노인들을 이웃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7%를 넘어서서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고 한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14-20% 미만인 사회를 고령사회라 하고,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고령화사회의 문제에서 의료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저소득층 노인이나 독거노인들에 대한 정책이 늘고 있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시행될 지원책의 하나인 '노인수발보장제'는 노인성 질환의 치유와 간병, 수발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2008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노인성 질병이 있는 64세 이하 연령층이 장애가 있을 경우에 급여 대상자가 된다. 단 6개월 이상 지속적인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노인건강관리사업'은 작년(2006년)부터 시행하는 사업이다. 집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방문과 운동 지도, 저소득층 노인들에 대한 눈 검진과 개안수술 등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을 한다.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노인건강장수춤 보급, 노인 안검진 및 개안수술과 치매 등록관리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50세 이상 55세 미만인 사람들은 준고령자라 하고 55세 이상인 사람들을 고령자로 분류한다. 고령자에 대한 복지나 혜택에 관한 논의가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2000년 7월을 기준으로 통계청 인구현황보고에 따라 고령화사회로 들어가면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생기는 현상이긴 하지만 초고령화사회에 들어설 20년 후의 내 나이를 생각하니 공원에서 만났던 할머니 모습이 남 같지 않다.

┃국정넷포터 한미숙 (enikesa@Hanmail.net)

[국정브리핑 2007-01-30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