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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건축/부동산,건설

중견 건설업체들 '실버주택' 고민

시장침체로 사업성 불투명한데… "분양대상 확대등 제도개선을"
아파트로 용도변경도 힘들어 '울며 겨자먹기'식 사업 진행



실버주택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중견 건설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풍림산업은 이르면 다음달 종로구 평창동에서 실버주택 ‘평창동 풍림아이원(가칭)’ 72가구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5층으로 지어지며 165~214㎡(50~65평형)의 대형 72가구로 구성된다.

당초 이 실버주택은 지난해 6월 ‘수페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분양했으나 최근 시공사인 풍림산업이 시행권을 인수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할 때 분양 후 일정기간이 지나도 어느 정도의 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에 사업을 넘긴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땅 매입가격 등을 놓고 시행사와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시행을 맡았던 도시미학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실버주택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일반 아파트에 비해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기대만큼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업을 포기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여가구로 공급된 수페갤러리는 공급한 지 1년이 넘도록 계약건수가 채 10건에도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을 넘겨받은 풍림산업도 고민이 많다. 실버주택으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아파트로의 용도변경이 힘들어 앞으로 분양에 들어가도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설계 변경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 방법을 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분양시기도 정확하게 못 잡고 있다”며 “실버주택 자체가 전망이 좋지 않아 이번 사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림건설도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실버전용 고급주상복합 ‘상암 카이저팰리스 클래식’을 240가구 선보인다. 노인들을 위한 실버주택이 주상복합으로 구성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양가는 3.3㎡당 2,230만원에서 3,033만원대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곳이 월드컵경기장 주변의 편의시설과 공원들로 둘러싸인 노른자 땅으로 아파트를 지을 경우 상품성이 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림건설도 이 땅을 매입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용도변경을 시도했지만 기대대로 되지 않자 고급 실버타운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두 업체 모두 아파트를 짓고는 싶지만 땅의 용도가 실버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성이 불투명함에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이는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분류되는 실버주택이 제도적으로 활성화되기 힘든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인복지법이 강화되면서 분양ㆍ임대ㆍ매매ㆍ증여 대상이 60세 이상 노인으로 한정됐다. 자녀들의 동반 입주도 불가능하고 주택연금(역모기지)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혜택도 찾아보기 힘들다. 실버주택업계의 관계자는 “취득ㆍ등록세 50% 감면 등의 혜택보다는 실질적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장려책이 필요한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사업 자체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경제 [경제]  2007.09.27 오후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