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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건축/부동산,건설

이연숙 교수 "주택도 고령화시대 대비해야"


미래는 노인의 시대다. 20년 후면 한국에서도 5명 중 1명은 65세 넘는 노인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집과 도시도 노인에게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연숙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미래주택과 노인주택 전문가다. 관련 주제로 1993년부터 쓴 책만도 10권이 넘는다. 아시아실내디자인학회연맹 회장,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부회장, `디자인과 건강` 세계대회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교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혼자서 서울시청 광장에 갈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하긴 노인 혼자서 턱이 높은 버스 계단 을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청 앞에선 차로를 건너야 한다.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는 듯한 광장이 실은 노인에겐 닫혀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인간을 위한 도시가 미래의 도시라고 역설한다. "지금의 도시는 차를 위한 도시입니다. 미래의 도시는 인간을 위한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제 도시는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도시의 모든 공동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을 갖고 계획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도시 공간도 그렇지만 지금 짓고 있는 집들도 초고령화 시대인 20년 후에는 살 수 없는 집이라고 단언했다. "지금의 집 구조는 노인들이 화장실 한 번 가는 데도 간병인이 필요하도록 지어졌어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간병인 한 명이 여러 노인을 돌봐줄 수도 있고 노인 한 명을 여러 사람이 돌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공간이 7할이고 나머지가 3할입니다. "

노인들을 위한 공간 설계를 위해서 로봇 기술이나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노인들은 약 먹는 걸 깜빡할 때가 많아요. 컴퓨터가 약 먹을 시간이 되면 말해줄 수도 있죠. 밖에 있는 사람이 집 안에 있는 노인의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도 있고요. "

이 교수는 현재의 실버타운과 실버주택도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도시에서 노인들이 편하게 살도록 만들기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외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은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노인들끼리만 살게 되니 노인들도 활력을 잃게 되죠. 다들 도시로 되돌아 오려고 해요. 현재 지어지는 실버주택도 한계가 있습니다. 너무 비싸서 사실상 고소득 노인만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노령화사회의 전체 노령인구를 고려한다면 정부가 총괄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미래주택 개발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고령화에 대비한 주택과 도시설계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이 분야가 신성장동력으로 클 수 있습니다."

이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연세대 밀레니엄환경디자인연구소는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6일간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미래도시 미래주택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세계 각국의 학계, 업계, 정계 관계자가 모여 미래주택과 미래도시에 관한 연구성과와 도시개발 현황을 소개한다.

매일경제 2007.10.15 18:27:18
[박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