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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건축

통영 다찌집

술맛 ‘땡기는’ 경상도 바닷가의 걸쭉한 한상차림

소주 1병에 1만원짜리 맥주는 6000원이다. 이 정도라면 서울의 최고급 한정식 음식점보다 더 비싸게 매겨진 가격이다. 누가 이 가격에서 술을 마실까 의심스럽지만 여기저기서 추가 주문이 정신없이 들어간다.
 
“아이고 마 멀리서 오셨는데 우짤꼬. 우리는 취재 안 할랍니다. TV에 나오고 나서 두 달 동안 적자 아입니꺼. 솔직히 말씀드려가 외지 손님 오면 손해 아니라 예”

다찌집을 운영하는 주인들 중 열이면 열 모두 똑같은 소리다. 손님이 많이 오는데 손해라니. 이건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통영의 ‘다찌집’ 취재의 시작은 미스터리한 추리소설의 서두처럼 시작됐다.

참으로 통영 사람들은 술도 잘 마신다. 옆 테이블에 50대 남자 둘은 벌써 7병째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이 정도면 주당 이태백도 울고 갈 일이다. 다찌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울산 다찌는 통영의 다찌 문화를 서울에 알린 대표적인 집이다. 몇 해 전 이 가게가 TV에 소개가 되면서 통영의 다찌 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울산다찌의 경우 기본상을 주문하면 소주 3병이나 맥주 5병이 플라스틱 물통에 담겨 나온다. 그리고 술을 마시는 동안 안주가 한 가지씩 올라오는데 완두콩 같은 밑반찬부터 소라, 멍게, 해삼 등 해산물, 도다리, 광어 같은 회가 차례로 나온다. 하나씩 나올 때는 안주가 얼마나 나오는지 잘 모르지만 한꺼번에 상에 올려놓으면 무려 20가지가 넘는다.

술을 포함한 이 모든 게 4만원이다. (다찌집에 따라 기본상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집집마다 내오는 안주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해산물로 한상차림을 하는 것이 다찌집 상차림의 기본이다.)

기본상만 받아도 취기가 오르고 배가 터질듯 한데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한 병에 1만원이란 가격이 매겨져 있는 소주를 추가주문하면 주인장 스페셜 안주가 함께 나온다. 소주 1병 값에 안주 값까지 포함된 것이다.

스페셜 안주는 그야말로 특별하다. 대부분의 다찌집 주인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통영의 중앙시장에서 안주감을 고르는데 그날 눈에 띄는 ‘물 좋은 녀석’이 곧바로 스페셜 메뉴가 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한 병 두 병 추가주문이 늘어날 때마다 스페셜 안주로 더욱 귀한(?) 해산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주당들은 다음에 나올 안주가 궁금해서라도 “소주 한 병 추가!”를 외치게 된다. 참으로 오묘하고 신묘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통영에 ‘다찌’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된 정확한 유래는 없다. 울산다찌의 고수천 씨는 “일제 시대의 다찌노리 문화와 통영의 선술집 문화의 만남”이라고 말했고 어촌다찌의 홍순개 씨는 “술 좋아하는 통영사람(어부)들이 만든 술집의 한 형태”라고 했다. 어쨌든 다찌집은 통영의 풍성한 해산물과 술을 밥보다 좋아했던 통영의 어부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임에는 틀림없다.

통영의 다찌집은 크게 ‘온 다찌’와 ‘반 다찌’로 구분된다. 온 다찌는 다찌집이라고 간판을 걸고 있는 집으로 ‘온전한 다찌집’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기본상을 중심으로 차려내는 집이다. 반 다찌는 기본 가격이 절반인 집을 말한다. 온 다찌에 비해 허름하고 규모도 작은 반 다찌는 술값도 소주 5천원, 맥주 3천원 수준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거나 간단하게 술 한잔을 즐기려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통영 거리를 걷다보면 실비집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는데 실비집은 다찌집과 같은 동의어로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다찌집으로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일본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모든 집들이 ‘다찌’를 ‘실비’로 바꿔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다찌집’이 TV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자 다시 ‘다찌’로 간판을 고쳐단 집이 생겨 명칭이 갈라지게 된 것이다.

어쨌든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다찌집을 제대로 즐기려면 작정하고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괜히 안주만 먹어보겠다는 심산으로 다찌집을 찾으면 그 참맛을 즐기기 어렵다. 인원은 3~4명이 가장 안성맞춤.

1명이나 2명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안주의 양이 많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기가 일쑤다. 그리고 추가 술을 넉넉히 잡고 마시는 거다. 그렇게 먹어봤자 6~7만원이면 충분하다. 코가 삐뚤어지기로 작정을 했어도 10만원어치 이상 먹기 힘들다. 4명이 이 가격에 술과 통영에서 나는 모든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자료출처 : http://myfriday.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