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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가을의 진미 “전어 납시오”


[커버스토리-가을 맛의 전령사 전어]

씹을 수록 고소… 무침회 도구 이도 군침이 절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는데…

전어(箭魚, 錢魚)가 유혹한다. 9월이면 통통하게 살이 올라 ‘가을의 전령사’로 통한다. 맛도 뛰어나 오래전부터 미각을 사로잡았다. 은빛비늘로 뒤덮여 있는 전어는 회로 먹어도 좋고 갖은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 회무침도 좋다.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을 뿌려 잠시 재어 둔 전어는 석쇠에 올려 두고 숯불에 구워서도 먹는다. 구울 때 나는 고소한 냄새는 1㎞ 거리까지 퍼진다는 말까지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돼 있고,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집나간 며느리도 가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 ‘가을전어는 며느리가 친정에 간 사이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이 전해질 정도다.

전어는 우리나라의 서, 남해안에서 두루 잡힌다. 조업일수는 7월말부터 10월중순까지 80여일간이다. 하지만 기름이 차는 9월이 되야 본격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전어 조업이 가장 성행하는 것도 이맘때다.

요즘은 중년이나 젊은이 할 것이 없이 회식자리에서 전어를 즐긴다. 아예 전어를 먹기위해 갑자기 모이는 ‘전어번개’를 치기도 한다. 지방 각지에는 전어축제가 다양하게 열린다. 경남 하동과 사천, 전남 광양과 보성, 충남 서천은 이름난 전어 산지다.

남해안, 서해안의 전어축제

특히 지난달 열린 경남 하동군 진교면의 술상리 전어축제는 유명하다. 술상전어는 한려수도의 풍광을 안은 청정해역 강개바다에서 잡힌 것으로 그 맛이 고소하며 영양이 우수하다. 싱싱한 전어를 싸게 살 수 있는 잇점이 있어 축제기간인 3일동안 5만여명이 다녀갔고, 현장판매만도 5.4톤(5천4백만원)으로 지역민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술상전어축제 추진위원장인 이광학 진교청년회장(43)은 “전국적으로 전어축제가 많이 열리지만 하동 술상전어가 유명한 것은 노량지역의 센 물살 덕분에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전어회와 무침, 구이 등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관광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하동과 가까운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도 전어축제가 열려 전어요리대회를 비롯해 전어요리 빨리먹기 대회, 맨손 전어잡기대회, 전어 골든벨 OX퀴즈 등이 마련됐다.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지시장에서도 지난 3~6일 ‘제7회 명지시장 전어축제’가 열렸다. 전어회 무료 시식회가 열려 공짜로 전어회를 맛볼 수 있었고 횟감 손질 솜씨를 겨루는 전어회 썰기 대회도 함께 열렸다. 또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서는 오는 15일~17일 광양전어축제를 연다.

충남 서천 마량반도의 홍원항(서면 도둔리) 일원에서는 오는 20일부터 10월 12일까지 제8회 서천홍원항 전어축제를 개최한다. 전어요리장터와 시식회, 전어잡기체험, 관광객노래자랑 등이 마련돼 있다.

다양한 전어 요리방법

전어는 회와 함께 회덮밥, 회무침, 구이, 찜으로 상에 올린다. 내장을 제거하고 뼈를 발라낸 뒤, 가늘게 썰어 회로 만드는데, 때로는 뼈채 두툼하게 썰어낸 전어에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상추에 싸먹는 ‘새꼬시’를 찾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세상 근심이 사라진다.

전어 내장으로는 따로 젓을 담가 단골손님 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전어젓’이다. 전어젓은 예로부터 젓갈 중 으뜸으로 쳤다. 전어구이는 굵은 소금을 뿌려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기름을 빼가며 굽는다. 큰 것은 몸통 중간에 칼집을 넣어주기도 한다. 간이 배어 먹기 편하고, 기름이 적당히 빠져 고소한 생선 육질을 느낄 수 있다. “전어는 회로 먹는 게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어만큼은 기름이 알맞게 빠진 구이가 으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서천에서 홍원항횟집을 운영하는 김조규 씨는 전어 구이를 맛있게 먹는 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어 구이는 대가리와 내장을 발라내면 헛것을 먹은 셈이다”면서 “고소한 맛은 대가리 부위가 최고며, 씁쓸한 맛은 내장 쪽이 최고다. 일단 대가리와 꼬리를 잡고 통째로 들어 먼저 대가리부터 꼭꼭 씹어 먹고, 다음에 내장 부분을 살과 함께 해치운다. 그러고선 몸통의 살점을 뼈를 피해 발라 먹으면 된다.” .

전어에 얽힌 이야기, 전어에 대한 찬사


전어는 원래 10마리를 한 묶음으로 대나무에 끼워서 팔았다. 이 때문에 箭魚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옛 문헌에도 그렇게 표기돼 있다. 하지만 요즘은 錢魚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되는 물고기라는 뜻도 되고, 맛이 좋아 사먹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錢魚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어는 숙취를 제거하고,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단백질 및 각종 미네랄 영양소가 많아 먹어도 살이 찌지 않기 때문에 웰빙 시대의 다이어트 음식으로 즐겨 찾는 영양식이다. 전어 100g에는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회분 2g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고 120㎉의 열량을 내며, 지방이 2%밖에 되지 않아 식이요법은 물론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차이가 많다. 그래도 생선회감으로는 싼 편이다. 공급 상태가 좋았을 때는 2만8000~3만원 정도면(1㎏ 기준) 성인 4명이 먹을 수 있다.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전어는 크기가 15~31cm다. 몸의 등쪽은 암청색, 배쪽은 은백색을 띠며, 등쪽의 비늘에는 가운데에 각각 1개의 검은색 점이 있어 마치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은 지방질로 되어 있는 기름눈꺼풀이 덮고 있지만, 동공 부분에는 홈이 있어 밖으로 드러나 있다.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주로 서식하다 6?9월에는 멀리 나갔다가 가을이면 다시 해안으로 들어온다.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4~6월에 북상하여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3~8월로 긴 편이다.

전어는 명칭도 다양하다. 강릉에서는 새갈치, 전라도는 되미, 뒤애미, 엽삭 등으로 불리고 경상도에서는 전애라는 다양한 방언으로 불려지고 있다.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대전어, 중간 크기는 엿사리라고 불린다.

이 조그만 생선에 이렇게 다양한 스토리와 레토릭이 붙어있다는 것 자체가 과장광고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어 맛을 한번 본 사람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찬사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말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헤럴드 생생뉴스 |  2007-09-08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