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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마산의 명물음식 다 모였네 # 마산 통술집 골목 



목로집 풍경 오동동 '통술집 골목' 넓고 푸짐한 신마산 '통술 거리'


흔히 즐겁고 왁자지껄 기분 좋게 소란스러운 자리를 '잔칫집 같다'고 한다. 또 각양각색의 음식이 풍성하게 '한상' 차려진 것을 보고 '잔칫상 같다'고도 한다. 이렇듯 흥겹고 기꺼운 자리를 우리는 '잔치'라는 표현을 썼다. 좋은 사람과 풍요로운 자리에서, 갖가지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재미를 '최고의 행복이자 미덕'으로 여겼던 것이다.

마산에도 이런 '잔칫집' 같은 곳이 있다. 서민들이 출출할 때 술과 음식을 넉넉하고 거방지게 먹을 수 있는 곳. 바로 '통술집'이 그 곳이다. '통술'은 한마디로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음식들이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이다. 처음 한상 차려진 음식이 가득한데도,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음식들이 줄을 이어 나온다.

'통술집'은 1970년대 오동동과 합성동 뒷골목에 생기기 시작했다. 마산어시장이 근처이다 보니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하여, 푸짐하게 음식들을 내놓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통술집골목'이 두 곳에 걸쳐 있는데, 오동동 '통술집 골목'과 신마산의 '통술거리'가 그 것이다.

통술집 몇 군데를 순례한다. 오동동은 아늑하고 정감 있는 목로집 풍경이다. 신마산은 실내가 넓은 한정식집 같다. 부산의 '푸짐한 집'과 흡사하다고 보면 되겠다.

상차림을 보니 내오는 음식이 거의 해산물이고, 가지 수도 많아 '일식집 수준'이다. 그러나 일식집과 달리 상차림이나 음식 자체가 투박하고 토속적이다. 쉽게 말해 여느 가정집의 잔칫상 같다. 소박하지만 '상다리가 휘어지는 풍경' 바로 그 것이다. 음식이 한 가지씩 나온다. 전복죽과 도토리묵채부터 시작이다. 전복내장의 푸르스름한 색깔과 구수한 참기름 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그리고 도토리묵채의 떫은맛과 시원한 멸치육수, 신김치의 조화로움이 '맛 순례의 미각'을 슬슬 일깨워준다.

본격적으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오리찜, 명태조림, 병어조림 등 따뜻하고 짭쪼름한 음식들이 속을 데우고 입맛을 긴장시킨다. 곧이어 해산물 파티가 시작된다. 가을 제철인 '전어회'를 시작으로 전복회, 호래기회, 멍게, 개불, 문어자숙, 볼락구이, 갈치구이 등이 속속 상을 채운다. 전어는 아직 맛이 덜 들었지만, 오랜만의 맛보기라 반갑다. 콩된장에 찍어먹으니 입안이 '알콩달콩'하다. 전복은 내장을 먹으면 한 마리 다 먹는 것이다. 전복내장을 참기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는다. 들큰한 조개비린내가 확 끼친다. 곧이어 입안 가득 바닷물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참 행복한 맛이다.

오랜만에 볼락구이를 맛본다. 볼락구이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을 수 있어 좋다. 살은 너무 부드러워 젓가락질에도 쉽게 부서진다. 대가리를 냉큼 집어 씹어 먹고, 발겨 먹고, '쪽쪽' 빨아 먹는다. 이 구수~한 맛을 어디에 비할까?

갈치구이는 굵은 소금을 술술 뿌렸다. 손으로 한 입 베어 문다. 구수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술안주에 그저 그만이다. 알이 찬 놈은 알이 톡톡 터져 씹는 재미도 좋다. 이어서 민물장어와 아구찜, 잡채, 닭 모래주머니구이 등이 나온다. 마산의 아귀찜은 말린 아귀를 쓴다. 그래서 살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황태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미더덕에서 풍기는 마산 앞바다의 냄새도 무시할 수 없다. 민물장어는 마지막 여름더위를 잘 보내라는 주인장의 배려로 보면 되겠다. 마지막으로 장어국이 나온다. 붕장어의 살을 내려 추어탕처럼 끓였다. 첫맛은 산초향이 향긋하고 뒷맛은 장어의 구수함이 받쳐준다. '맛 순례'의 뒤 끝을 깔끔하게 마무리 해주는 맛이다. 이 모두 마산의 명물음식들이다. 마산의 '통술집'에 오면, 마산의 모든 명물음식들은 다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마산은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40여분 거리다. 저녁 무렵 마실 삼아, '통술집'에서 '잔칫상' 한 번 받아보는 것도 재미나겠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

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7-08-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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