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전어 축제가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전어가 북상하는 시기에 맞춰 축제가 남해안에서는 8월 말에 열렸고, 서해안에서는 9월 말에 열린다. 지난달 10∼12일 경남 하동 술상리에서, 지난 6일까지 부산 명지시장에서 축제가 진행된 데 이어 전남 광양에서 14∼16일 사흘 동안 축제가 열린다. 전어비빔밥 등 전어요리 시식회 외에 각종 공연 등 부대행사가 풍성하다. (061)797-2731. 가장 유명한 전어 축제가 열리는 충남 서천군 홍원항 일대에서는 29일부터 10월12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요리 장터와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것은 물론 맨손 전어잡기·바다낚시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041)950-4613. 전남 보성군도 9월 말에 율포 해수욕장에서 4번째 전어 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061)850-5611. 충남 보령, 충남 안면도 등에서도 9월 말에 전어 축제가 대하 축제와 함께 열린다. 권세진 기자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서해안 포구와 수산시장에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돈 생각 안 하고 먹어서 전(錢)어’ 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니, 전어를 먹지 않고 가을을 보낸다면 왠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전어가 가을에만 나는 생선은 아니지만,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하는 이유는 가을 회유기가 되면 온몸에 기름이 올라 몸이 통통해지고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8월 말 이후에 잡히는 살진 전어만 가을 전어라고 부를 수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가을 전어가 일찍 출하됐고 가격도 싼 편이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 1kg에 1만원대, 비싸도 1만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죽은 전어는 값이 훨씬 싸다. 구이로 먹는다면 꼭 활어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 박영무씨는 “올해 가을 전어가 많이 잡히는 탓인지 작년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며 “한번에 많이 사서 냉동해 놓고 구워 먹어도 좋다"고 설명했다. 양식과 자연산 전어의 맛이 다르다는 사람도 있지만, 전어는 자연산도 가격이 싸서 수산시장의 다른 생선들처럼 ‘자연산’, ‘양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 않다. 박씨는 “지금 시장에서 팔리는 전어는 대부분 남해안에서 잡힌 자연산"이라며 “9월 초에는 아직 기름이 덜 올라 느끼한 맛이 덜하기 때문에 10월 전어보다 9월 전어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 회? 구이? 전어를 먹는 방법은 크게 회와 구이 두 가지다. 전어회는 뼈째로 썰어내는 ‘세꼬시’로 먹는다. 뼈가 단단하지 않고 고소해서 꼭꼭 씹어 먹으면 된다. 기름진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은 상추나 깻잎에 싸 먹으면 좋다. 구이는 회보다 더 깊은 맛이 있다. 전어를 숯불에 구울 때 나는 연기에는 그야말로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정도로 독특한 향이 있다. 살에 기름기가 많아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며 피어오르는 냄새다. 그렇다면 회와 구이 외에는 어떤 요리법이 있을까. 무침과 튀김, 찜 등으로도 먹을 수 있다. 제철 재료의 요리법을 모은 책 ‘이맘때 뭘 먹지?’(한얼미디어)의 저자 김정숙씨는 “전어는 참깨에 비견될 정도로 맛이 고소해서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된장구이·튀김·밥·초무침·찜 등으로 요리해 먹으면 고소함이 더해진다"고 소개했다. 전어를 집에서 오븐이나 가스레인지에 구우면 아무래도 숯불구이 같은 맛이 나지 않으니 비늘을 제거한 후 된장소스를 발라 굽는다. 전어회를 오이, 상추, 쑥갓 등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무친 초무침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다. 전어를 밥 위에 올린 전어밥이나 찜통에 찌는 전어찜은 기름기가 쏙 빠지고 부드러운 맛만 남아 어린이나 노인에게 좋다. 튀김은 길쭉한 전어회에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기면 된다. 일본에서는 전어를 초밥 재료로 사용하는데, 전어를 두 장으로 갈라 칼집을 넣고 식초 물에 절여 초밥 위에 올리면 된다. 전어초밥은 생강 간 것과 실파 등을 곁들여 먹으면 느끼하지 않다.
# 전어 고르는 법과 먹는 법 전어는 몸 길이가 20cm 이상으로 큼직한 것이 먹기에 좋다. 이보다 작은 전어는 구우면 기름기가 많이 빠져 나가 먹을 게 별로 없다. 구이용 전어를 많이 샀을 때는 소금을 뿌리지 않고 냉동실에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보관한다. 집에서 구울 때는 비늘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식당에서는 숯불에 굽기 때문에 비늘이 다 타버리지만 숯불이 없을 때는 비늘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그냥 구우면 껍질 밑의 기름이 끓으면서 껍질이 터지기 쉬우므로 등 부분에 칼집을 서너개 낸 다음 굵은 소금을 뿌리면서 굽는다. 구울 때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구워야 내장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과 쓸개즙이 살코기에 스며든다. 또 전어구이는 머리와 뼈까지 오도독 씹어 먹어야 고소한 맛을 만끽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조언 한 가지. 전어구이는 녹아버릴 정도로 살이 연하고 가시가 많은 데다 살보다는 뼈와 머리, 내장 맛이 진해서 처음 먹는 사람들은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머리와 내장에 거부감을 갖지 말고 꼭꼭 씹으면서 전어의 ‘서 말 참깨 맛’을 음미해 보자. 어느새 접시는 비어가고 내년 가을 전어철이 기다려질 것이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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