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설,건축/부동산,건설

서울외곽순환도로 완전 개통 효과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 사는 성철수씨(35). 며칠째 이가 아파 멀리 구파발에 있는 이름난 치과에 다니던 그는 요즘 치과 가는 시간을 줄였다고 웃음꽃이다. 얼마 전 송추IC와 의정부IC를 잇는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완전 개통됐기 때문. 성씨는 “망월사역에서 구파발역까지 지하철로 1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이제 외곽순환도로를 통해 20~25분이면 갈 수 있다”고 귀띔한다.

2007년 12월 127km에 달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완전히 뚫렸다. 마지막 공사구간이었던 송추IC~의정부IC 구간이 개통돼서다. 이제 경기권 도시들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도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1월 2일 오전,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 내리니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였다.

하지만 트럭, 승용차 가리지 않고 의정부IC로 향하는 수많은 차량들에는 열기까지 느껴졌다.

택시를 타고 최종 개통구간을 직접 달려봤다. 306보충대 방면에서 의정부IC로 들어서니 일산·송추, 구리·별내 방면 표지판부터 눈에 띈다. 의정부IC에서 송추IC까지 이어진 편도 4차선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의정부IC로 진입해 호원터널과 ‘세계 최장광폭(편도 4차선 이상) 터널’이라는 사패산터널(4km)을 지나니 바로 송추IC가 나타났다. 시간을 재보니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외곽순환도로 개통으로 멀리 일산에서 퇴계원까지의 이동시간도 크게 줄었다. 원래 1시간 10여분 걸렸지만 이 도로를 타면 22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일산과 의정부 방면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겠죠. 그동안 주변도로들이 대부분 많이 막혔거든요. 다만 일산IC에서 퇴계원IC까지(36.3km) 통행료가 4300원이나 돼 비싼 게 흠이네요.” 동승한 택시기사가 개통효과를 귀띔해준다.

■ 의정부, 서울 북부 교통요지 노린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의정부IC 주변 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매 문의전화가 연일 걸려오고 있다. 의정부시 호원동 서울공인 강민수 대표는 “강남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봉, 쌍문동 등 서울 강북권 주민들이 의정부IC 일대 아파트를 서둘러 구입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하고 생활환경까지 좋은 데다 교통 호재까지 겹쳤기 때문. “집주인들도 매물을 내놓았다가 서둘러 거둬들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집값도 많이 뛰었다.

의정부IC 주변에서 새 아파트로 꼽히는 호원동 아이파크의 경우 현재 3.3㎡당 1000만원대로 급등했다. 터줏대감 격인 호원동 건영아파트 102㎡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1억원가량 뛰었다. 현재 2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강민수 대표는 “그동안 의정부가 취약한 도로 탓에 경기 북부의 ‘끝’이었다면 이제 양주와 파주 등지를 잇는 교통의 ‘중심축’이 됐다”고 정리한다.

물론 집값 상승을 단순히 도로 개통 효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아파트값만 뛰었을 뿐 상가 시세에는 그리 큰 변화가 없다. 거래도 많지 않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2007년 12월 완전 개통된 외관순환도로.
“의정부 집값이 12~13년 동안 잠잠하다 2007년에 많이 오른 건 다른 곳보다 저평가됐다는 지적 때문이죠. 도로 개통도 하나의 호재지만 아직 집값에 직접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당장 집값이 뛰기보단 신학기와 맞물린 3월부터 본격 상승세를 보일 겁니다.”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 상아부동산 관계자 얘기다.

■ 외곽순환도로 개통 최대 수혜지는?

의정부·양주·서울 노원구 노려라

이번 도로 개통으로 최대 수혜를 입는 곳은 어디일까. 경기 북부권 도시를 대상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의정부와 양주를 ‘빅2’ 지역으로 꼽았다.

첫째 의정부는 경기 북부권 도시 중 서울과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서울을 가로지르지 않고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산방향 접근로가 차단돼 좁은 국도로 다닐 수밖에 없었고 퇴계원, 구리 쪽 연결이 어려워 고속도로 접근성이 낮은 게 한계였다. 수도권 동북부에서 서울로 진입하기 위한, 하루 20만여대에 달하는 차량이 동부간선도로와 3번국도로 몰려 상습적인 교통체증을 불러왔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교통난은 물론이고 ‘물류 비용 증가’라는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통으로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경기도 내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순환도로’ 기능을 갖추게 된 것. 덕분에 의정부에서 서울 도심까지 30분대면 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의정부를 선택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의정부는 서울 북부인 도봉구와 가장 근접한 지역인 데다 의정부IC를 통해 외곽순환도로 이용이 쉽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밝힌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역시 “의정부는 경원선 등 철도와 외곽순환고속도로 등 도로교통이 연계돼 경기 북부 소외지역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이용요금이 높지만 상징성과 편의성이 이를 커버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둘째 양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수혜지다. 그동안 양주는 서울 북동쪽 변방도시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통을 계기로 북방교통의 요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개발호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새해 8월부터 공급되는 옥정, 회천지구를 비롯해 덕정2, 고읍, 광석지구 등 총 5개 지구 1372만㎡(415만평)가 개발 중이다.

양주를 선택한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양주를 지역 구도로 보면 북으로는 동두천·연천, 남으로는 의정부·서울 노원구, 서쪽으로는 파주·고양·서울 은평구, 그리고 동쪽으로도 포천·가평 멀리는 강원도 춘천까지 이어지는 교통 중심지가 됐다”고 설명한다.

서울 지역에서는 노원구가 부수적 효과를 입을 전망이다.

외곽순환도로 의정부IC 주변 아파트 단지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노원구와 의정부는 주거지 개념 측면에서는 대체, 동일권역 측면이 강해 노원구 집값이 상승하면 실수요자들이 의정부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내다본다. 노원구가 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란 뜻이다.

이 밖에 일산 지역은 의정부는 물론이고 중부고속도로 연결성까지 높아졌다. 그동안 일산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려면 외곽순환도로 장수IC로 나가서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중부고속도로와 만나는 호법분기점까지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 의정부IC 방면으로 내려가면 중부고속도로에 쉽게 닿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양, 파주 등 수도권 서북권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다.

상권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면 당연히 외부인 유입이 늘어 위축된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게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 오히려 상권이 탄탄한 서울이나 인접 상권으로 소비층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주5일제로 인한 관광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건 호재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5일제로 나들이 인구가 늘면서 양주 송추계곡을 비롯해 일산, 의정부, 퇴계원 등 특색 상권의 관광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 북부지역 판도 변화는?

남부 위상 넘기엔 역부족

이번 외곽순환도로 개통으로 경기 북부권 도시 위상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도로개통과 함께 최근 개발호재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 경원선 복선화 전철이나 서울~동두천 고속도로 등 이 일대 교통기반시설이 지금도 계속 확충되고 있다.

박상언 대표는 “서울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거듭난다면 경기 북부가 외곽순환도로로 연계된 부도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명박 당선인이 예고한대로 수도권 기업규제를 완화, 개선할 경우 상대적으로 공간적 여유가 많은 경기 북부지역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 공장 신증설은 물론이고 외자유치 등을 이용한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고종완 대표는 “이는 결국 자족성 강화를 의미하므로 경기 남부지역과의 격차가 축소되고 균형개발로 이어져 자본과 노동력에 대한 흡인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힌다.

멀리 보면 경기 북부지역 개발이 다른 지역과의 격차를 줄일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대중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입지, 교통, 학군 등의 차이가 대폭 감소돼 수도권 남북 간 가격 격차가 향후 2~3년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풍부한 서울 도심이나 경기 남부권 일대 위상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기 북부 시세에 호재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

새 정부 정책 기조 역시 신도시 개발보다는 서울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게다가 외곽순환도로를 통해 도심부 진입이 쉬워졌지만 부동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강남권 진입효과’ 면에서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남부와 비교해도 마찬가지. 경기 북부지역은 개발수요가 워낙 강해 발전 가능성이 높지만 남부권과 달리 실제 개발이 이뤄져야 입주자가 몰리는 분위기다.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가 겹쳐 있는 것도 아쉽다.

박합수 팀장은 “순환도로는 순환하는 길일 뿐 도심지향도로와는 성격이 다르다”라고 정리한다. 어느 IC에서 내려오든 중심부로 진입하기 위해선 다른 도로와 연계돼야 하기 때문.

또한 차량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생각한다면 전철 접근성도 반드시 필요하단 지적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뉴타운 개발과 맞물려 서울 북부지역 재개발이 활성화되면 오히려 ‘서울 회귀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도로 개통과 집값】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악재

도로가 개통되면 집값이 오르는 건 부동산시장에선 일종의 ‘불문율’로 불린다. 하지만 무작정 고속도로 개통지 주변에 투자하는 건 금물. 왜일까?

보통 도로나 전철이 뚫리면 부동산시장에 세 차례 정도 영향을 미친다. 발표와 착공, 그리고 완공 때다. 가장 위험한 건 사업 마무리 단계에 뒤늦게 투자에 나서는 것. 사업 기간이 긴 만큼 개발 재료가 이미 부동산 가격에 많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 주변 토지에 투자하려면 인근 시세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거래허가 여부도 중요하다. 대부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환금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대표는 “매물 호가만을 믿기보다는 최근의 실거래가 등을 살펴보고 단발성 호재가 아닌 다양한 개발 계획이 뒤따르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힌다.

이런 여건에서 합격점을 받고 투자에 나선다면 먼저 나들목(인터체인지·IC)과의 거리부터 따져봐야 한다.

김학권 사장은 “대개 나들목에서 10km 이내, 시간 기준으로는 10분 이내 지역까지는 파급효과가 크지만 그 지역을 벗어나면 영향이 미미하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나들목에서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된다. 고속도로는 보통 일반 국도보다 소음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 웃돈’이 형성되는 경우도 많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도시 구조가 양쪽으로 나눠지는 지역 역시 주의하자. 부동산 가치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박상언 대표는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 나들목 이용 방법이나 시간, 거리 등을 미리 점검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1439(08.01.16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2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