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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시니어

국외 실버타운 투자시 체크 포인트

지난 6월 말,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은퇴이민과 말레이시아 부동산’ 주제로 열린 설명회에 12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를 주관한 렝캅사트리아의 류일환 한국지사장은 “모집 일주일 만에 신청마감이 끝났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 가운데 50% 정도는 은퇴와 해외 부동산투자를 동시에 고려한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4년간 필리핀 생활을 통해 ‘은퇴이민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란 책을 쓴 김기범 동남아 은퇴이민 컨설턴트는 “최근 동남아시아 은퇴이민 투자 설명회가 많이 열리지만 본인이 직접 현지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실망하기 쉽다. 귀찮더라도 현지 전문가를 통해 정보를 미리 수집하고 답사 등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은퇴자들이 해외 부동산투자 시 꼭 챙겨야 할 사항은 무얼까.

현장 확인 필수

첫째, 개발되는 곳이 현지인이 선호하는 지역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 모집광고를 하는 상당수 해외 분양상품은 도심과 떨어진 지역에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막상 현장을 방문하면 도심과 상당히 떨어진 곳이어서 현지인들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지역’이라고 말한다.

다국적 부동산 업체인 CBRE의 임동수 부장은 “말레이시아 분양 광고 중 쿠알라룸푸르시티센터(KLCC) 도심에서 20~30분 거리라고 소개하는 곳이 많은데 막상 가보면 거리상으로 더 떨어진 곳이고 타운이 형성되지 않아 현지인들도 선호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여가와 휴양을 강조한 리조트형 거주지거나 실버타운을 내세워 광고하는 것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상병 랜드러버스코리아 사장은 “은퇴 후 노후를 고려한다면 실버타운 개념의 거주지를 찾는 게 정석이지만 현지에 삼성노블카운티나 서울시니어타워식의 실버타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부 광고에서 실버타운이라고 써서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의료나 요양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심지어 집안 내부공사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따라서 가까운 지역에 사회적 공공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교육, 치안, 의료, 쇼핑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언어, 종교, 음식 등 문화적 환경도 잘 맞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이 밖에 송금, 환전 편의성 등을 고려해 은행업무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상병 사장은 “최근 아프간 사태처럼 현지인이 배타적이거나 과격한 경우 생활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한국과의 외교, 정치관계까지도 고려해 투자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런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선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이 선호하는 곳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외국 주재원이나 국제학교가 몰려있는 곳 등이 추천된다.

둘째, 현장 답사를 통해 인근 주변 가격 시세를 알아본다.

현지인이 아닌 이상 단순히 해당 물건만 보고 투자할 경우 비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주변시세를 사전에 꼭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의 도심 주거지역은 평균 4억원, 상업지역은 5억원 이상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류일환 렝캅사트리아 사장은 “평균 3억~5억원 정도를 투자범위로 하고 3.3㎡당 500만~600만원을 생각하면 말레이시아에서 양호한 주거지역에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은퇴청 한국 대행사 락소의 이상철 대리도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곳은 3.3㎡당 400만원 선이고 다운타운 중심지는 3.3㎡당 700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환금성도 고려해야 한다. 막상 싼 가격에 거주지를 선택했지만 나중에 매매가 안 되거나 더욱 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더 고생할 수 있다.

임동수 부장은 “아무리 은퇴이민이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팔아야 하기 때문에 환금성을 꼭 살펴봐야 한다. 국내 굴지 CEO로부터 투자 의뢰가 왔을 때도 가장 먼저 부탁한 것이 ‘나중에 제값 받고 팔 수 있는지’ 여부였다”고 귀띔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기본 경제지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주식시황, 시장금리, 인플레이션, 환율 등을 숙지하면 현지 부동산 환경을 이해하는 데 한층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여력이 된다면 주택보급률, 지가상승률, 임대수익률, 환금성 등 구체적인 부동산지표를 알아두면 투자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

류일환 사장은 “말레이시아 부동산은 주식처럼 인덱스(Index)로 정리돼 있기 때문에 가격 거품 등의 문제가 적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지 은행을 통해 주택담보 대출을 쓰면 평균 80%까지 지원해주는데 이보다 적은 60%에 그친다면 해당 물건을 의심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현지 법 정확히 알고 매매해야

셋째, 현지 부동산 소유 관련 법률이나 세금 등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보통 외국인이 취득할 수 있는 부동산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경우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은 국내 아파트 형식의 콘도미니엄에 그친다. 일반인들이 현지 토지를 매입할 순 없다. 또 정부에서는 매년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리스트를 작성하고 외국인은 지분을 40%로까지 제한하는 등 규정이 마련돼 있다.

김기범 컨설턴트는 “소유권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주택 가운데 토지소유권 없이 건물만 올린 경우도 많다. 또 콘도미니엄은 임대가치만 있지 매매가치는 없기 때문에 환금성 등을 고려하면 투자가치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인에게 건물을 뺏기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한다.

김 컨설턴트는 “법인 설립을 통해 외국인이 갖는 지분의 한도가 50%가 넘지 않기 때문에 현지인 중에는 이를 알고 악의적으로 뺏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법규와 제도에 대한 이해는 현지에서 일을 할 때도 적용된다.

홍정열 락소 차장은 “외국인이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소매업을 하려고 해도 법인을 설립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째, 시행사 및 분양 업체가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한다.

김상병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매체 광고만 보고 선뜻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시행사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현지 분양 물건에 대해선 인터넷이나 인맥을 활용해 현지 정보를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김충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17호(07.08.0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