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에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최고 중심가인 KLCC 주변과 방사지역을 꼽을 수 있다.
고층빌딩 숲인 KLCC 지역의 주거형태는 대부분 콘도미니움으로, 독신자를 위한 방 1개짜리부터 최고급 펜트하우스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다만 전형적인 도심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 가까운 곳에 대형 할인점이 드물고, 재래시장도 많지 않아 주로 대형 쇼핑몰 지하의 슈퍼마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당연히 생활비 상승으로 연결된다.
KLCC의 또 다른 단점은 오후 10시 정도가 넘어가면 텅 빈 도심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이 시간이면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거리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사는 번잡한 도심을 피하고싶은 사람들이 모여든 전형적인 외국인 주거타운이다. KLCC와는 정반대지역인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콘도도 있지만 상당수가 방갈로 등의 고급 개인주택들이다. 언덕으로 이뤄진 이 지역은 동네 입구에 각종 수입차 전시장과 가구점,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 등이 모여 있어 한눈에 꽤 여유 있는 외국인들이 사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또 주거지역 주변에는 재즈 바와 펍, 노천카페,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퇴근시간 무렵이면 마치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에서 첫 손에 꼽는 외국인 주거지인 한남동에 버금가는 방사는 다만 명성에 걸맞게 주택 임대료와 집값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인타운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는 돈으로는 이 지역에서 방 1개짜리 얻기도 만만치 않다. 이는 역으로 집을 사서 임대료 수입을 올리고자 한다면 꽤 매력적인 투자지역이라는 뜻도 된다.
전형적인 외국인 주거타운, 방사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케니힐스라는 고급주택 지역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방사지역보다 다소 북쪽에 위치한 곳으로 박람회 등이 자주 열리는 푸트라국제무역센터(PWTC) 근처에 있다.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이 지역은 규모는 작지만 최고급 주택과 몇몇 콘도들이 들어서 있다. 또 모노레일 역이 위치할 정도로 도심에 근접한 지역이면서도 외지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조용한 주택가다. 한국에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곳으로, 현지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다만 그만큼 가격이 높다.
쿠알라룸푸르를 벗어난다면 조용하고 안락한 주택지를 찾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대표적인 외국인 주거지로 암팡과 몽키아라 등이 있다.
한국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셀랑고주에서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지역은 수방 일대다. 이 지역은 공업지대와 배후 주거지가 형성된 곳으로 상대적으로 녹지가 많고 생활여건이 쾌적한 편이다. 또 지상철(LRT)과 고속도로 등으로 쿠알라룸푸르와 연결돼 있어 비교적 접근성도 좋다. 수방호수 인근은 누구라도 불편하지 않을 만한 지역이다. 대형 호수 인근에는 쉐라톤 호텔과 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서 있고, 호수를 바라보는 콘도들이 지어져 있다. 호수 뒤편에는 쿠알라룸푸르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건설돼 있는데, 이 도로 건너편엔 초대형 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차로 10여 분쯤 거리에는 한국의 에버랜드에 해당하는 대형 놀이공원 ‘선웨이 라군’이 들어서 있어 여가활동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은퇴이민은 페낭·코타키나발루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은퇴 이주를 고려 중이라면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지명인 페낭과 코타키나발루가 대표적이다. 말레이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섬인 페낭은 흔히 ‘동양의 진주’라 불리며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사실 페낭은 18세기부터 영국 무역상들이 드나들어 경공업이 발달했고,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돼 있어 섬에서 생산되는 제품 대부분이 이 지역을 통해 수출된다. 이로 인해 페낭은 공업을 통한 수익이 관광수입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서양 문물이 일찍 전파된 덕에 섬의 수도인 조지타운은 중심가의 건물들부터가 중세시대 유럽과 거의 비슷하다. 또 본토와의 거리가 4.4km에 불과하고 다리가 건설돼 있어 왕래도 자유롭다.
페낭의 부동산은 오히려 쿠알라룸푸르 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유럽인들이 집을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물가 수준은 쿠알라룸푸르보다 낮다.
페낭에는 미국계인 달랏 인터내셔널스쿨(DIS)과 영국계인 업랜드(ISOP) 등 두개의 국제학교가 있어 교육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학교 수준 역시 다른 지역 학교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페낭은 한국과의 교통편이 그리 많지 않다. 말레이시아 항공에서는 매일 직항편을 띄우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페낭 직항편을 정기 운행하지 않는다.
페낭섬이 말레이시아 국토 전체를 놓고 볼 때 서북쪽 끝에 해당한다면 코타키나발루는 동북쪽에 위치한다. 말레이시아는 흔히 말레이반도로 불리는 서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섬 서쪽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동말레이시아로 나눠지는데, 코타키나발루는 동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주인 사바주의 수도다.
코타키나발루를 포함한 동말레이시아는 서말레이시아 비해 현대화가 현저하게 느린 곳이다. 일부 관광지로 개발된 곳을 제외하면 상당 지역이 원시 밀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사람들 역시 토종 말레이계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말레이시아인 친구들조차 ‘동말레이시아는 캄풍(시골이라는 뜻)’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만, 한적하고 조용한 은퇴생활을 원한다면 코타키나발루는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아마존에 이어 ‘지구의 2번째 허파’라 불리는 보르네오 원시림이 뿜어내는 산소는 평생을 도시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쾌함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코타키나발루는 관절염이나 고혈압 등 몸 이곳저곳이 고장나기 시작하는 노년층에 인기가 높다.
국제학교로는 영국식 학교인 키나발루국제학교(KIS)가 있다. 전체학생 140명, 한 학급이 8명 정도인 작은 학교지만, 교사 대부분이 영국과 호주 출신의 원어민들이다. 이들 외에도 말레이시아에는 또 다른 휴양지인 랑카위와 자유무역지대 라부안, 싱가포르 접경지인 조호바루 등 꼭 수도를 고집하지 않아도 이주 목적에 따라 만족할 만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는 지역들이 많다. 자신이 왜 말레이시아로 이주하는지, 경제적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어디에 살 것인지가 달라질 것이다.
심 미 자유기고가(imthetop@naver.com)
《주거지 선택시 고려사항》
‘강변 살자’고집하면 위험할 수도 한국인들은 집을 고를 때 유달리 조망권을 중시한다. 이런 현상은 말레이시아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여서 강이나 골프장 등이 내려다보이는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역력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런 집을 고르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쿠알라룸푸르와 셀랑고 지역 곳곳에는 탁한 물이 흐르는 작은 강이 있는데, 이 강 주변에 형성된 주거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건너온 하층 노동자들이 주로 강 주변에 살면서 목욕과 빨래도 하고 심지어 낚시를 해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들이 모두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빈민촌에 사는 격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강변에 위치한 주택을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골프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전망도 꼼꼼히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런 콘도들은 대부분 가까운 곳에 대형 송전탑이 지난다. 현지인들은 ‘그게 왜 문제야?’라며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우리에겐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이코노믹리뷰 | 2007-10-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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