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한 해 앞둔 고수익씨(50)의 아버지는 지병이 악화되며 극도로 쇠약해지고 있었다. 고씨의 부인 한알뜰씨(48)는 시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느라 분주했고 고씨는 시름에 빠졌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미리 부모의 임종을 경험한 가족들은 가까운 시일에 임종이 예상될 경우, 장례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침착하게 세워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모의 경우 미리 장례 비용이나 절차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불효라 여겨 귀를 막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전 준비가 많을수록 비용은 줄이고 장례의 품격은 높일 수 있으며 당황하지 않고 더 좋은 장례식을 치를 수 있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아쉽지 않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가시는 분 앞에서 돈 아끼는 것은 불효’라는 말은 장례 관련 업자들의 얘기일 뿐이다.
한 장례 전문 상담사는 “임종이 임박해 오면 가족들이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본 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장례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놓 아야 나중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비용, 얼마나 들까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장례식에 드는 총 비용은 평균 304만원 수준. 최저 125만원에서 최고 1060만원까지 8배 이상 차이가 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례식장, 빈소크기, 용품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우선 장례방법을 선택한다. 묘를 쓸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하면 납골당에 안치할 것인지, 납골묘를 쓸 것인지에 따라서도 가격 차가 크다. 지난 2004년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묘비용은 매장의 경우 1652만원, 화장 후 납골당을 이용할 경우에는 1198만원이 든다. 매장을 위한 묘지구입비, 석물비 등은 714만원이며 화장 후 납골당 안치비용은 26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전체 장례비용 중 장례식장비, 조문객 접대비(음식비 등) 등 장례비용은 평균 938만원을 차지해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집계됐다. 장례식장의 경우 국·공립·시립병원 장례식장이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며 일반의료법인보다는 대학부속병원 장례식장이 비쌌다.
조사에 따르면 장례식장 이용비만 평균 304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최저 비용은 125만원에서 최고 비용 1060만원까지 8.5배까지 차이가 난다. 대학부속병원 장례식장이 343만원 수준, 전문 장례식장이 238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장례식장 평수는 최소 8평에서 최대 170평까지 다양하며 크기에 따라 임대료는 최소 1500원에서 최대 28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학부속병원 장례식장은 조문객을 위한 숙소나 샤워시설,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식당이나 실내환경이 좋기 때문에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 장례 지도사는 “비용차이 만큼 서비스의 질과 환경에 차이가 나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면서 “기회비용을 잘 따져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장례식장뿐 아니라 장의차 요금부터 관, 수의, 상복 등 장례용품부터 주차료, 쓰레기 수거료 등 작은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최고 20배까지 가격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일이 비교해 본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장례비용을 지원받는 방법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지낸 가족에게 일괄적으로 25만원의 장제비를 지급하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사망자의 건강보험증서와 사망진단서, 입금계좌 통장을 관리공단 지사에 접수하면 7일 이내에 지급된다.
■상조회를 통한 비용 마련
장례비용을 미리 마련하는 방법에는 상조회와 장례보험이 있다. 장례보험과 상조회는 모두 부모나 가족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자금을 모은다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장례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지정되며 지정된 피보험자에 한해서만 약관이 적용된다. 나이제한이나 연령제한 등 가입조건도 상품마다 다르다. 하지만 상조회는 서비스 대상자가 지정돼 있지 않으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상조회의 경우 장례비용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일정 금액의 상품이 마련돼 있다. 월 1만∼3만원 규모로 납부하면 차곡차곡 돈이 모이는 방식이다. 매월 소규모 금액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선택한 상품의 금액만큼 일단 채워 놓으면 그 후 몇 년이든 그대로 보관해 둘 수 있다.
가입자가 상을 당하는 경우 언제든 해당 상조회 소속 장례지도사가 직접 와서 시신 수습부터 장지까지 모든 절차를 도와주고 장례 도우미를 파견한다. 장례용품 마련과 차량지원뿐 아니라 추모 CD제작 등 추모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납입 도중 가족이 사망하는 경우에 나머지 금액은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장례 도우미 제공과 용품, 차량서비스 외에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빈소 임대비용과 조문객들의 식사 등은 모두 직접 부담해야 한다.
최근에는 각종 상조회가 난립, 가격에 맞지 않는 저가 장례용품을 제공하거나 서비스 질에 비해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상조회를 선택하기 전에 우선 믿을 만한 곳인지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현대종합상조 관계자는 “회원수가 20만명 정도 이상이 돼야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업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회원수 1000명도 안 되는 상조회는 불입도중 도산하기도 하며 납입금액을 한푼도 받지 못하거나 장례용품비 등에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례보험 가입하자
최근 장례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가 생명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장례업협회와 연계, 많은 장례보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장례보험은 보험인이나 제3자가 생전에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면 사망시 약정한 장례절차(희망 종교 방식, 매장 또는 화장)에 따라 장례식을 보험회사 또는 국가단체가 치르게 할 수 있다. 사후 처방을 생전에 해놓아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하고 남은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수협은 장례비용을 종합 보장하는 ‘부모사랑효 장례공제’를 판매한다. 최고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고령자 우대 보험이며 사망시 유족위로금은 물론 장례비와 4년 동안 매년 추모비를 지급한다. 농협의 장례보험은 화장 일반형과 고급형, 매장 일반형과 고급형으로 구분되며 각각 110만원, 150만원, 200만원, 350만원 상당의 23가지 장례용품을 지급한다. 보험료 차액은 현금으로 지급하며 장례용품과 함께 전문 장례지도사, 장의차량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신한생명은 장례보험과 교육보험·어린이보험을 결합한 ‘무배당 행복한 3대(代) 보장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가입자인 조부모가 숨질 때 300만원의 장례비를 지급하고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 준다. 또 조부모의 자녀가 사망할 때는 손자·손녀를 위해 매달 30만원의 생활비와 연간 100만∼500만원의 학자금을 지급한다. 동양생명보험은 실버문화원과 제휴 ‘천사나라 장례보험’을 내놓았다. 사망시 장례비용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이다.
신동아화재는 ‘카네이션 상조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최고 8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장례절차 안내 서비스, 장례비용 비교 견적 서비스, 유언을 보관했다가 유족에게 전달하는 유언 전달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또 사망 후 10년간 일정액의 추모 비용을 지급한다.
흥국생명은 ‘참사랑 장례보험’을 선보였다. 건강진단 없이 가입이 가능하고 사망시 보험금으로 추가비용 없이 장례토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미래에셋 웰엔딩보험’은 종신보험에 장례서비스를 결합한 상품. 가입 고객 부모 중 1명 사망시 240만원에 해당하는 장례식장 섭외, 도우미 파견, 장례물품 지원 등 토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입 연령은 만 15∼70세이며 직업 제한없이 무진단으로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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