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하다 외출…친구 불러 수다…병 키우는 '불량 간병인'

'보호자 지시 불응' 등 2년간 분쟁 26건 접수

#1 최근 회사원 박모씨는 뇌수술을 받은 아내를 간병인 김모씨에게 간호를 맡긴 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아내가 두통과 어지럼증,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김씨가 하루에도 수차례 1시간 이상 병실을 비우거나 다른 사람들을 병실로 데려오기도 했으며, 심지어 안정이 필요한 환자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병원 밖으로 외출을 시키기까지 했던 것. 황당한 박씨는 간병인을 소개한 업체에 항의했지만 “김씨가 신용불량자로 돈이 매우 궁핍하고 뭔가 의심쩍은 면이 있었지만 급히 간병인을 구해느 바람에 보낸 것”이라며“ 하지만 간병을 잘못해 상태가 나빠진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 #2 교통사고를 당한 어머니의 간병인을 쓰게 된 양모씨는 얼마 전 간병인을 소개한 병원을 찾아가 항의를 했다. 간병인이 자주 자리를 비운 탓에 어머니가 혼자 화장실에 가다 두 번이나 넘어졌던 것. 한 번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중환자실로 옮기는 위험한 상태까지 갔다. 하지만 병원은 간병인 개인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환자 간병을 둘러싼 분쟁이 자주 발생하지만 간병 과정에서 피해를 당하더라도 보상받기 어려워 환자 보호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1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간병인 규모는 2006년 말 4만2500명이다. 2003년 1만4600여명에서 약 3배 증가했다. 간병 관련 분쟁은 끊이지 않아 2006년 이후 한국소비자원에 26건의 간병 관련 분쟁이 접수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12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또는 보호자의 지시에 응하지 않고 불손하다’(48.2%)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고 ‘환자를 잘 돌보지 않아(동료 간 잡담·외출 등) 환자가 불편 호소’가 41%, ‘간병인 부주의로 환자가 다치거나 간병 기초상식 부족’ 이 25.9%로 나타났다. 문제는 간병인 상당수가 병원·업체 소속이 아니라 개인 간 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간병인협회나 병원은 보험을 들어놓고 소속 간병인의 잘못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지만, 간병인을 소개만 한 경우 병원·협회에는 책임을 지울 수 없다. 분쟁이 발생하면 민사소송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 간병인 교육이 소홀한 것도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대상 112개 병원 중 47.4%가 간병인 교육을 하지 않았다. ‘간병사 자격증’이 있지만 국가에서 공인된 것은 아니다. 간병인력 양성·관리체계가 미비해 민간기관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이 양산되면서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양봉석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중앙가사간병교육센터 사무처장은 “앞으로 건강보험수가 조정을 통해 병원 등 기관의 간병인 고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질 좋고, 책임 있는 간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2007.09.21 (금) 17:58